中기업, 3년만의 국내 '노크'..투심 향방은 [Market Watch]하이촨·헝성 등 실사 중...관건은 투명성
한형주 기자공개 2014-07-30 09:24:43
이 기사는 2014년 07월 28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장 기업 리스트에 '중국'이 들어갈 수 있을까. 상장 준비 과정에 변수가 많아 정확한 시점을 가늠킨 어렵다. 하지만 제반 여건들이 중국 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에 우호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 맞아 보인다.첫째, 수수료 덤핑에 지친 국내 IB들이 보다 진입장벽이 높으면서 고수익을 얻을 수 있는 외국 기업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둘째, 만년 숙제인 '한국 증시 글로벌화'를 위해 거래소도 팔을 걷는 분위기다. 셋째, 빠른 상장을 원하는 현지 기업들이 많다.
다만 중국고섬 사태를 겪은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을 다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다.
◇하이촨·헝성 등 연내 상장 준비..우투·신한 주관
이르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엔 2곳의 중국 업체가 상장할 예정이다. 유아용 화장품 기업인 하이촨과 완구업체 헝성이 그 주인공. 하이촨은 우리투자증권, 헝성은 신한금융투자가 각각 상장을 주관하고 있다.
상장예비심사 청구 및 청약 시점은 미정이지만 두 기업 모두 연내 상장시킨다는 각오로 실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성공한다면 지난 2011년 6월 완리인터내셔널 상장 이후 3년여 만이다. 우투, 신한 외에 다른 주요 증권사들도 중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 한두 곳씩은 접촉 중인 걸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IB들이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수수료 수익 때문이다. 하이촨과 헝성의 공모금액은 200억~3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기업이라면 이 정도 규모를 통해 2~3%대 수수료 이상을 지급받기 어렵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라면 얘긴 다르다. 같은 덩치라도 기본 수수료율 5~7%는 기대할 수 있다. IPO만 성사되면 주관사로서는 더욱 짭짤한 수익을 거두게 되는 셈. 이를 달성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행보는 마침 해외 기업 상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거래소와도 코드가 맞는다.
◇거래소, 中 현지 IR 등 상장유치 본격화..동인당 IPO '주목'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는 중국 산둥성에서 한국 증시 상장 희망 기업 대상 설명회(IR)를 열었다. 현지 기업들의 원활한 해외 자금 조달을 모색 중인 산둥성 정부와 공동 주최한 자리였다. 당시 거래소 고위 임원들과 IB업계 수장급 인사는 물론 최경수 이사장까지 이례적으로 출두해 시선을 모았다. 그만큼 중국 기업 유치를 위한 거래소의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타 거래소 대비 저렴한 상장 수수료(주관 수수료 외)와 유지 비용 등을 국내 증시의 장점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는 또 이달 초 중국은행(Bank of China·BOC)과도 '포괄적 상호협력관계 구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엔 BOC의 고객 중 국내 상장을 희망하는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IR을 개최하는 등의 공조 방안도 제시돼 있다.
사실 거래소의 이런 노력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중국 본토 기업과 국영 기업 유치를 목표로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와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현지 기업의 해외 IPO가 CSRC '승인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되면서 국내 상장의 길도 열린 상황.
그 결과물이 될 것으로 조심스레 거론되는 게 한 때 국내 IPO 시장을 떠들석하게 했던 동인당이다. 연 매출액 1조 원을 웃도는 대기업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제약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베이징시(市)가 직접 지분을 들고 있어 IPO가 가시화될 경우 대어(大魚)급 공모주라는 점을 떠나서도 의미가 컸다. 현재까지 중국 국영 기업이 국내 시장 문을 두드린 사례는 없었다. 주관사는 우리투자증권. 아직 CSRC 허가에도 이르기 전 단계로 사실상 장기 보류 상태다.
◇'中원양 사태'로 시장 불신 여전..거래소 심사 문턱 낮출까
지난 14개월 간 폐쇄됐던 중국 IPO 시장이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으로 올 초 거래를 재개한 것도 관전 포인트. 중국 증시에 상장하려고 대기 중인 기업 수(약 600개)가 워낙 많아 한국과 같은 해외 시장행(行)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단 우량 기업으로만 판명나면 한국거래소가 이들을 뿌리칠 이유는 없다. △주식매매 수수료에 편중된 수익 구조 △지속적인 증시 침체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 거래소로서도 물불 가릴 처지는 아니다. 더불어 국내 기업 상장 만으로 한국 증시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음은 따로 강조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입장에서 중국 기업들을 마음놓고 환대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중국고섬 사태'로 촉발된 투자심리 냉각과 차이나 디스카운트 여파가 아직 가라 앉았다고 보긴 이르다.
가뜩이나 '중국원양자원 사태'까지 새로 불거져 중국 기업에 대한 불신을 더더욱 거둘 수 없게 만들었다. 중국원양자원은 최근 자회사가 거래처 10곳으로부터 거래 중단을 통보받고, 경영권 분쟁 소송에도 휘말린 상태다.
이 때문에 거래소 내부적으로 "당분간 상장심사 만큼은 보수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신중론도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장 中기업 주가 '우르르'..관건은 '투명성'
국내 시장 내 중국 기피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은 기상장 중국 업체들의 주가와 주가수익비율(PER)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고섬 퇴출과 중국식품포장·3노드디지탈의 자진 상장폐지 이후 국내 증시에 남아있는 중국 기업은 총 10곳. 이 중 주가가 공모가를 웃돌고 있는 기업은 차이나그레이트와 씨케이에이치푸드 2곳 뿐이다. 나머지 기업들의 주가는 공모가를 30~80%가량 밑돌고 있어 투자자들이 손대기도 힘들다.
PER로 보면 글로벌에스엠(61.64배)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이 6배 미만에 그친다. 그 속에서 평산차업 KDR(-742배)과 웨이포트(-2.39배)의 PER는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에스엠도 지난 25일 종가가 869원으로 공모가(3200원)의 3분의 1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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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이럴 만한 이유가 있다. 과거 화풍집단지주회사에서 사명을 바꾼 평산차업의 경우 지난해 10~12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하고 같은 기간 순손실폭은 늘었다. 현재 거래소 '관리종목'에 지정돼 있다.
평산차업 외 에스앤씨엔진그룹(중국엔진집단), 글로벌에스엠(GSMT), 씨케이에이치푸드(차이나킹), 이스트아시아홀딩스(이스트아시아스포츠) 등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일제히 사명 변경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피하지 못했다.
IB들은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현재 중국 상장사 중엔 주로 신발 생산 등 1차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이 많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 동일 조건으로 국내 회사가 상장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같은 중국 업체라도 업종과 성장성 등 기업내용에 따라 다르게 평가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가령 하이촨은 해초 등 천연 재료를 활용한 베이비 로션 및 파우더를 제조·판매한다. 헝성은 주 사업인 완구 부문을 넘어 애니메이션으로의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업종 매력도가 결코 낮지 않다"는 게 주관사 측 설명. 지난해 기준 두 기업의 연 매출은 1000억~2000억 원에 이른다.
IB 관계자는 "결국 중국 기업이 시장에서 제 평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자자들에게 얼마만큼의 투명성을 제공하느냐"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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