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이재현 회장의 한마디 "살고 싶습니다" [thebell note]항소심 결심공판 "부덕의 소치", 변호인 '10년 시한부' 밝혀

신수아 기자공개 2014-08-18 08:17:17

이 기사는 2014년 08월 14일 1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판장님, 살고 싶습니다."

'징역 4년, 벌금 260억 원' 1심 재판부의 판단이 내려진 지 6개월 여가 지났다. 숨 가쁘게 달려온 항소심의 결심 공판장은 여느 때 보다 무거운 공기가 가득했다. 재판이 열린 14일, 시작보다 10분 여 일찍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도착했다. 구김이 잔뜩 진 환자복을 입은 채 링거에 의지한 이 회장의 모습은 지난 반년간의 고된 병상 생활을 가늠케 할 뿐이었다.

손경식 회장, 이채욱 대표 등 위기의 CJ그룹을 힘겹게 받치고 있는 임원진들은 이 회장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축을 받으면서도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그룹 수장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났다.

"극도의 긴장 상태로 상태가 악화되어 신경안정제를 투약 중이다". 재판이 시작되자 변호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하며 이 회장을 상대로 진행하려던 피고인 신문을 철회했다. 안정제를 투약받은 이 회장의 상태를 고려해 신문 진행이 적절치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재판 중 수차례 이 회장의 상태를 확인하는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위중한 건강 상태를 짐작케 했다. 때마다 이 회장은 마스크를 깊게 눌러 쓴 얼굴을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 일그러진 표정은 고통스러운 건강 상태를 대변할 뿐 이다.

1년 여 동안 이어진 재판 동안 이 회장은 신장을 이식받은 채 병상과 수감 생활을 오고 갔다. 극도의 스트레스는 수척해진 오너를 오랫동안 짓눌러 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파리하게 악화된 이 회장의 모습은 1년 여 사이 위축된 CJ그룹을 연상시킨다. 줄줄이 취소한 계열사의 투자 계획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룹의 평판을 신경쓰다 보니 자금 조달은 회사채 대신 사모성에 가까운 장기 기업어음(CP)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다. 위축된 내부 사정을 외부에 세세히 알려 기관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실로 컸다.

금융권의 걱정도 들려왔다. 그룹의 살아있는 '성장 동력'이었던 이 회장의 부재는 CJ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을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해진다.

재판 중 변호인은 신장 이식 후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이 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낮게 들리는 탄식만이 갈피를 잃어버린 CJ그룹의 절박함을 대신했다. 지난 1년 수면 아래서 상황을 지켜만 봐야 했던 그룹의 향후 10년이 이 회장의 재판 결과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며,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힘겹게 3시간을 버틴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살펴 달라는 이 회장의 목소리는 나지막이 재판장을 채워갔다.

"살고싶습니다. 살아서 제가 시작한 문화 사업을 포함한 CJ의 미완성 사업들을 반드시 세계적인 글로벌 생활 문화 기업으로 완성시키려 합니다. 이것이 길지 않은 저의 짧은 여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