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30일 11: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광실업이 '포스트 박연차 시대'를 맞고 있다. 대대적인 계열사 재편 절차를 거치면서 단 1년 여 만에 박연차 회장의 아들인 박주환 상무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6% 수준이었던 박 상무 지분율은 현재 39.46%에 이르고 있다. 박 회장(55.39%)과 함께 양대 지배 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평가다.

후계 승계는 철저하게 준비된 프로젝트였다. 내부 일감 지원과 핵심 계열사 지분 무상 증여, 개인회사 합병 등 전방위 지원이 수반됐다. 더욱이 박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에도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승계 절차가 이뤄졌다.

그룹 지배력이 높아짐과 동시에 박 상무는 핵심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입지도 다져나갔다. 그는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 부실장에 오르면서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최근 들어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 연이은 인수합병(M&A) 성사가 그것이다. 태광실업은 최근 1년 여 동안 3건의 M&A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대우그룹 모태인 대우인터내셔널 부산공장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에는 한국발전기술과 애강리메텍을 사들였다. 핵심 사업 분야인 피혁 제조업부터 발전소 운영·정비업, 배관 소재업 등 인수 업종도 다양하다. 핵심 역량 강화는 물론 사업 다각화까지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된다.

특히 3건의 거래 가운데 한국발전기술을 제외한 두 건은 박 상무의 지휘 아래 인수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과정에서 이슈가 터져나올 때면 지난 2001년부터 살림을 도맡고 있는 최규성 전략기획실장이 중심을 잡아줬다. 컨트롤타워가 완벽하게 작동하면서 태광실업은 M&A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아버지인 박 회장이 올해 초 만기 출소하며 자유의 몸이 됐지만 박 상무의 어깨는 오히려 더 무거워졌다. 사실상 승계 절차를 마쳤다고 여긴 박 회장이 경영 복귀 대신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조용한 칩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의사결정 최종 라인이 전략기획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박 상무의 눈은 이제 베트남으로 향하고 있다. 태광실업은 2009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화력발전사업권을 취득했다. 성장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신발제조 사업을 대신할 미래 성장 동력으로 해외 발전사업을 택했다.

다만 워낙 투자 규모가 큰 사업이다 보니 수익성 검토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박 상무 역시 미래 먹거리가 될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발전 사업 전담 계열사인 태광파워홀딩스와 정기적으로 전략 회의를 갖고, 사업 추진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피혁 제조 업계에서 태광실업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박 상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학·소재 부문과 전력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역량을 키워나고 있다. 1983년 생인 박 상무는 여타 재계 최고 경영자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어린 나이다.

하지만 최근 1년 동안 보여준 공격적인 행보는 시장에 확실한 각인을 남겼다. 추가 M&A를 시도할까. 베트남 화력발전 사업에 속도를 붙일까. 젊은 선장을 만난 태광실업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