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9월 30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펀드에 대한 세금 추징이 도를 넘었다. 당초에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부동산 취득세를 감면받았으나 펀드 등록이 늦은 이른바 '사후등록 펀드'가 추징의 대상이었으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세법에 의해 처음부터 취득세를 면제받은 경우에도 추징에 나설 태세다.

더구나 법률 전문가들은 물론 세무담당 공무원들조차 행정소송이 제기될 경우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는데도 불구하고 무차별한 추징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치 있는 대로 걷어보겠다고 작심한 듯 싶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부족을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 지방부채는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기초연금법에 따라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은 7000억 원이나 늘어났다. 세원확보를 위해 안전행정부는 올해 말로 예정된 지방세 조세특례 제한 일몰 시한을 적용해 리츠·펀드·PFV 등에 적용하던 지방세 30% 감면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지방세 3법(지방세법, 지방세기본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지방세 3법 개정안은 20년 이상 동결된 지방세를 현실화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내년부터 3년간 단계적으로 100% 이상 지방세를 올리고 국세보다 훨씬 높은 지방세 감면율도 점차 낮추게 된다. 이 때문에 운용업계는 안전행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에 적용받은 펀드만 추징대상이라고 밝혔음에도 지방자치단체가 결국 사후 부동산펀드에 모조리 세금을 징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세무담당 공무원도 "행정소송으로 가면 정부가 패소할 게 뻔하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도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지방세법에 적용받은 펀드도 추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운용사 관계자도 "지방세법 적용을 받은 부동산펀드 역시 세금 징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고점으로 자금줄이 마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대체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연간 2조~3조 원의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지방세법에 따라 취득세를 아예 면제받은 부동산펀드의 경우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공공을 대신해 민간을 끌어들인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 세금폭탄을 매길 경우 현 정부가 내세운 공공임대주택 확대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펀드 자체가 고사될 처지에 놓인다.

이미 사후 등록된 부동산펀드에 대한 세금 추징이 본격화되면서 수탁은행은 수탁업무를 잠정 중단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세금추징 악재에 발을 빼고 있다. 취득세 환수조치로 가뜩이나 위기에 몰린 자산운용업계가 신규투자까지 막히는 형국이다.

올해 신규로 설정된 부동산펀드의 순자산총액은 1조 7623억 원(80개)으로 지난해 3조 1378억 원(120개)에 비해 43.8%나 감소했다. 조세심판원이 지난 6월 안전행정부의 취득세 감면 환수조치에 손을 들어주면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신규 펀드 수는 7월 17개로 정점을 찍은 이후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의 세무조사가 실시된 8월 6개로 줄어들었고, 실제 세금징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 4개로 감소했다.

안전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족한 세원을 충당하기 위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이켜봐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