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시멘트 업체 탄생할까 동종업체 인수시 연간 생산능력 2000만톤 상회… 시장 점유율 30% 이상 가능
정호창 기자공개 2014-11-10 13:42:2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30일 08시3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양회 인수전에 국내 시멘트업체 다수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초대형 시멘트업체가 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쌍용양회를 국내 동종업체가 인수할 경우 연간 2000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과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갖춘 시멘트사가 등장하게 된다. 이 경우 1위 기업의 주도로 국내 시멘트 시장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국내 시멘트 업계 상위 7개사가 보유한 연간 생산능력은 6200만 톤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쌍용양회가 1500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해 업계 1위에 올라있고, 동양시멘트와 성신양회가 각각 1000만 톤의 생산설비를 갖춰 공동 2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일시멘트와 라파즈한라시멘트는 각각 800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 뒤를 현대시멘트(600만 톤)와 아세아시멘트(500만 톤)가 잇고 있다.
따라서 이번 딜의 잠재 후보로 꼽히는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중 누구라도 쌍용양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최소 2000만 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국내 출하량 기준 쌍용양회의 시장 점유율은 20.05%이다. 상위 7개사 중 아세아시멘트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모두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다. 쌍용양회를 국내 동종업체가 인수할 경우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는 확실한 선도업체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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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멘트 시장이 상위 7개사의 과점체제로 유지되고 있음에도 각 업체들이 좋은 경영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공급능력에 비해 시장 수요가 적고, 업계를 확실히 이끌어 줄 리딩(Leading)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수년간 국내 시멘트 수요는 4500만 톤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이는 국내 시멘트업계의 생산능력에 비해 30% 가량 부족한 수치다. 하지만 수요가 적다고 해서 시멘트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시멘트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라 대량 생산을 해야만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고, 생산공정상 설비의 24시간 연속 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생산량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각 업체들은 남아도는 생산량을 처리하기 위해 출혈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시멘트업계 상위 7개사들이 10%대의 고만고만한 시장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는 원인이자, 국내 시멘트 단가가 수년째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시멘트업체들의 원가 절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판매단가 인상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7개사가 비슷한 규모로 시장 수요를 나눠 갖고 있는 상태에서는 가격 결정에 대한 헤게모니를 쥘 수가 없다. 일부 업체가 단가를 인상하려 하면 다른 업체가 그 틈을 파고들어 덤핑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용양회를 동종업체 중 한 곳이 인수해 생산능력 2000만 톤 이상, 시장 점유율 30% 이상의 압도적 1위 업체가 탄생하게 되면 이런 난맥들이 해소될 수 있다. 시장 플레이어가 6곳으로 줄어 경쟁이 완화되는데다, 나머지 5개사의 생산능력을 합쳐도 시장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형사가 먼저 단가 인상에 나서면 나머지 업체들 역시 자연스레 동참해 과점시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지금과 달리 가격 결정의 헤게모니를 시멘트업체들이 쥘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반대로 쌍용양회를 국내 시멘트업체가 아닌 제3의 후보가 인수할 경우엔 시장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7개사 경쟁체제가 그대로 유지돼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새 인수자가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에선 특히 유진·삼표·아주 등 대형 레미콘업체들을 경계하고 있다. 이들이 쌍용양회 인수에 성공할 경우 시멘트 생산량의 상당수를 레미콘 제조를 위해 자가소비하고, 나머지 물량을 덤핑 판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시멘트 시장의 레드오션 현상이 심화돼 재무구조가 좋지 못한 일부 업체의 경우 수년 안에 경영 위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시멘트업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때문에 M&A업계에선 국내 시멘트업체들 다수가 사활을 걸고 이번 쌍용양회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상황에 따라 시멘트업체들간 연대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쌍용양회가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시멘트업체들이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 이자 기회'를 맞게 됐다"며 "일부 업체의 경우 이번 인수전 결과에 따라 업계 1위로 등극해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도약하느냐, 나락으로 떨어질 시한폭탄을 안느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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