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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매각설이 주는 시사점 [thebell note]

문병선 기자공개 2014-11-18 07:57:15

이 기사는 2014년 11월 17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때로는 사실의 진위보다 루머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정황에 더 관심이 가는 때가 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한국내 자산인 홈플러스와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유럽계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가 자산 매각 자문사로 내정됐다는 제법 그럴듯한 매각설이다. 한국 홈플러스측은 "노코멘트"라고 밝혔으나 그 진위를 떠나 이번 매각설은 매각 전망이 나올 수밖에 없게 한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관심이 가게 한다.

국내 유통 채널 기업의 한 임원은 점심식사 자리에서 기자에게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국내 유통산업의 현재를 테스코가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더 성장하지 못하는 지금이 테스코 입장에서는 팔고 나가기 좋은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조적으로 더 커질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고도 말했다.

국내 유통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설명하는데 홈쇼핑 시장이 좋은 예다. 흔들릴 것 같지 않았던 홈쇼핑 사업은 요즘 표류하는 조각배와 같다. 1·2위를 다투고 있는 GS홈쇼핑과 CJ오쇼핑의 매출 및 수익 저하는 이미 표면화됐다. 회사측 관계자들은 사석에서 "위기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TV에 나가기만 하면 수익을 내주던 과거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요즘은 모바일 채널 성장 등 너무 빠르게 변하는 유통 채널 환경에 적응하느라 전사적으로 애를 먹는다.

홈플러스와 같은 마트 사업은 홈쇼핑 사업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이마트는 올해 3분기까지 8조18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대비 0.07% 증가다. 롯데쇼핑은 할인점 사업에서 3분기까지 6조40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9.1% 감소다. 홈플러스의 상황도 롯데와 다르지 않다. 전년 대비 10% 역성장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형마트 영업일수 제한 및 출점규제 탓으로 돌리는 시각이 있으나 더 성장하기 힘든 마트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전문가들은 직시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44조2000억원이었던 할인점 시장규모는 작년 45조10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까지는 34조9000억원에 머물렀다.

홈쇼핑, 마트, 백화점 등 거의 모든 오프라인 영역의 유통 채널 매출은 성장 곡선이 완만해진다. 모바일 채널만이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기존 오프라인 매출 감소를 흡수하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도 좁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국내 1위 유통재벌 롯데그룹의 사례는 국내 유통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전세계에서 유통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영국 테스코는 다른 어떤 그룹보다 한국내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매년 한차례씩 거론되는 홈플러스 매각설에 과거와 달리 이번엔 관심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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