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 케이프포춘 파생계약도 '종료' 90년대부터 이어온 계약 완전 종결..마켓밴티지 통한 직접 지분투자 선회
김장환 기자공개 2014-11-20 08:50:00
이 기사는 2014년 11월 18일 11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오랜 기간 백기사 역할을 해줬던 케이프포춘(Cape Fortune)과 맺고 있던 파생상품 계약을 완전히 종료했다. 지난 십 수년간 연장을 거듭하며 이어왔던 계약이다. 다만 케이프포춘이 자회사 마켓밴티지를 통해 현대상선 지분 직접 보유로 선회한 상태여서 양사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케이프포춘과 현대상선 주식을 연계해 십 수년간 맺어왔던 주식옵션계약을 최근 종결지었다. 이에 따라 케이프포춘은 지난 3일부터 7일 사이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 105만3555주 전량을 장내에서 모두 매각했다. 동시에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관련 상품에 대한 현금정산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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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관계에 따르면 케이프포춘은 만기일에 매입가격의 연 3% 복리, 환율, 행사일 직전 10일간 현대상선 평균 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선택해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 대가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고 있다. 지분 매각시 이익이 발생하면 차익금 25%를 돌려 받는 조건도 걸려 있다. 다만 장내매도라는 점에서 현대엘리베이터가 관련 지분을 직접 매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케이프포춘의 파생상품 계약은 올해 초부터 이미 종료가 확실시되고 있었다. 올해 들어 이미 분기마다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현금정산을 받기 시작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까지 301만1798주 중 절반이 넘게 현금정산이 이뤄진 상태였다. 나머지 보유 주식도 4분기 중 정산이 마무리될 것이란 예측이 있었고, 이번 매각으로 마침내 계약관계가 종결됐다.
우선 현대엘리베이터가 장기간 백기사 역할을 해줬던 케이프포춘과 계약 관계 종료를 결정하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파생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압박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3조 원이 넘는 자구안을 내놨고,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손실 발생 위험도가 높은 파생상품 계약 관계를 없앨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 역시 순환출자와 함께 파생상품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심지어 국세청은 이달 현대엘리베터에 파생상품과 관련 350억 원대 과세를 통보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생상품으로 인해 지속된 손실이다. 해운경기 악화로 현대상선 주가가 장기간 저가흐름을 보이면서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이 해마다 지속적으로 유입됐다. 아울러 2대주주인 쉰들러 그룹에서 파생상품을 토대로 각종 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 초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계약은 연장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케이프포춘과 관계 정산에 나선 것도 그 일환이다.
다만 케이프포춘과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케이프포춘의 금융 계열 자회사인 마켓밴티지((Market Vantage Limited)를 대상으로 지난 6월과 10월 총 1170억 원대 전환우선주를 발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마켓밴티지가 보유한 주식수는 619만6000주로 과거 케이프포춘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상선 총 주식수(730만 주)와 버금가는 수준이다.
결국 케이프포춘과 파생상품 계약을 모두 파기하더라도 현재 현대엘리베이터가 느낄 만한 부담은 별로 크지 않다. 특히 이미 마켓밴티지를 상대로 전환우선주 발행에 성공한 만큼 케이프포춘 그룹과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하고 있는 파생상품계약을 모두 없애더라도 이제 지배구조상 쉽게 흔들릴 만한 회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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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대그룹은 최근 파생상품 계약에 대한 전략 변화와 함께 지배구조 역시 새롭게 그리는 모습을 그리며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글로벌을 최상단에 위치시키며 새로운 지배구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고,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현대상선→나머지 계열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순환출자 고리가 내부에 남겨져 있고, 금융 계열의 매각도 더디게 진행 중이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까지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파생상품 계약 파기와 함께 지배구조도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라며 "다만 해외 계열에 숨겨져 있는 순환출자 고리가 아직 남아있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화할 경우 졸속으로 금융 계열을 매각해야 한다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에 급하게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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