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엘리 지분 맞교환 속내는 [지배구조 분석]순환출자고리인 금융계열 매각 부담…지주사 강제 전환 회피 나선듯
김장환 기자공개 2014-11-03 09:26:00
이 기사는 2014년 10월 29일 15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글로벌을 통한 지배력 다지기가 아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직접 보유하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글로벌을 그룹 최상단에 위치시키면서 지주사 체제 전환에 마침내 시동을 거는 듯했지만, 이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당초 업계는 현대그룹 내의 최근 일련의 지분 이동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움직임으로 봤다.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매각하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완전히 끊긴 것으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로 이어지던 고리를 끊고, 현대그룹 오너→현대글로벌→현대엘리→현대상선→나머지 계열사로 연결되는 새로운 밑그림이 완성됐다.
현대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압박이 가장 컸다. 공정위는 내년부터 신규 순환출자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고강도 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놓은 상태다. 지난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올해 7월 25일부터 시작된 법안으로 일시적 순환출자를 제외한 신규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됐다. 이를 토대로 대기업 집단들에 대한 전면 검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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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배구조를 그리면서 현대그룹은 지주회사 체제의 면모를 갖춰 나가는 듯했다. KCC,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와 경영권을 다퉈왔던 일명 '숙부의 난', 현대엘리베이터 2대주주 쉰들러의 적대적 M&A 가능성 등 오랜 기간 이어졌던 불안요인을 지우기 위한 시도로 보였다. 남은 숙제는 현대글로벌이 확보하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15.78%) 약세를 극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대그룹은 지난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오너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2.04%와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6.05%를 맞교환 한다고 밝혔다. 이번 주식 교환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는 기존 현대글로벌에서 오너 회장(9.71%)으로 변동됐다. 현대글로벌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예측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결론적으로 현대그룹이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피하기 위한 시도다. 현대그룹은 겉보기에는 순환출자가 완전히 끊긴 것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해외계열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으로 돌고 도는 순환출자 고리가 사실 내부에 숨겨져 있다. 이 같은 연결고리가 5개 이상 존재한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 공정위 등의 설명이다.
당장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하려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야 한다. 비용도 문제이고 절차도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간을 끌다가는 자칫하면 공정위의 제재에 걸려들 여지가 컸다. 때문에 현대글로벌을 통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배력을 높였다가 자칫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 지정 요건에 걸려들게 되면 성급하게 모든 절차를 진행해야 했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대증권 매각도 서둘러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었다. 가뜩이나 매각이 지지부진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일을 진행했다가는 제값을 받지 못할 우려가 컸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막아 내야 할 필요성이 컸다.
문제가 되는 법안은 총 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이 50%를 넘어서면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요건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총 자산은 338억 원. 이중 장부가를 적용한 계열사 지분 투자자산이 300억 원이 넘는다. 이미 총 자산에서 자회사 지분가액이 90%대에 육박한다. 이전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룹 최상단에 위치한 만큼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될 우려가 커졌다.
이를 막기 위한 방안은 별로 어려울 것은 없었다. 현대글로벌이 현대엘리베이터 최대주주로 올라서지만 않으면 됐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자회사 주식가액을 구할 때 1대 주주인 자회사만을 대상으로 한다.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 1대 주주로 회장이 올라서게 되면 현대글로벌이 지주사로 강제 전환될 우려는 없어진다.
현대그룹 오너는 이번 지분 맞교환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9.71%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지분율도 9.71%이지만 주식수로 보면 약소하게 더 많다. 오너 보유 주식수는 190만6409주,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주식수는 190만6406주다. 단 3주의 주식을 더 갖게 돼 최대주주가 되는 묘수로 지주사 강제 전환을 피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현대그룹 측은 "이번 주식교환 거래는 효율적인 지배구조 정립과 핵심계열사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후 순환출자 문제와 함께 고질적 위험요인이었던 지배구조 관련 위협요인 또한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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