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장 부자의 고민, 글로비스 매각 '언제, 어떻게' 운용사 "20만원까지 주가 떨어지면 매입 고려"
민경문 기자/ 신민규 기자공개 2015-01-15 16:13:15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4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블록딜이 무산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43%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게 돼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블록딜 시도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부자는 하루 만에 22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글로비스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주가는 하항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당시 북빌딩(book-building) 과정에서 일부 해외 헤지펀드가 들어오긴 했지만 거래 성사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수요미달이라는 상황을 이들에 고지해야만 했고, 다음날 현대글로비스 주가 폭락이 유력시됐던 만큼 함부로 투자 참여를 유도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을 감안 씨티증권은 정몽구 회장 측에 이번 블록딜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현대차 측은 당분간 블록딜 추진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연내 작업이 재개될 여지가 농후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에 달하는 할인율만 봐도 정몽구 부자의 적극적인 매각 의지가 읽혀진다는 얘기다.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이라는 목적 외에 이미 공언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해서라도 현대글로비스 지분 재매각은 '시간 문제'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다. 이번 실패로 평소 거래량의 약 100배에 달하는 물량(500만 주)의 일괄 처분은 힘들다는 것이 증명됐다. 결국 쪼개서 팔아야 하는데 나머지 물량에 대한 오버행 이슈를 고려하면 거래가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역시 블록딜 재추진과 관련해 매각 시기와 방법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국내 기관 투자가들이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입에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점이 블록딜 성사에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서 정몽구 부자 측은 블록딜 주관사로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단독 선정하면서 처음부터 해외 투자자 모집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거래 성사를 위해서는 국내 운용사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북빌딩 과정에서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일부 연락을 받기는 했으나 대다수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그룹 지배구조 재편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운용사 관계자는 "현대 글로비스 주가가 20만 원 초반대까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매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비스 주가는 블록딜 직전 30만 원대에서 움직이다 23만 원 초반으로 급락한 상황이다.
특히 블록딜의 시점이나 매각 배경에 대해 불확실성이 컸다는 점이 운용사들의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블록딜 돌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시간외 거래에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폭락한 점도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비스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시장에 돌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이 얘기한 일감 몰아주기 해소라는 명분만으로는 여전히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측이 블록딜 이후에도 글로비스 최대주주 지위는 변함이 없고 현대차, 정몽구재단 등 국내외 우호지분을 합해 전체 지분율을 4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의 의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 듯 하다. 일부 운용사를 중심으로 현대글로비스보다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운용사 매니저는 "시장이 지배구조의 방향성보다 밸류에이션 위주로 흐른다면 현대모비스가 훨씬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라며 "삼성그룹 내에서 삼성물산이 차지하는 위치처럼, 투자매력은 현대글로비스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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