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오너 공정위 규제 피하기…'글로비스'만 남았다 일감몰아주기 대상 계열사 지분 정리..매각 시도 이어질 듯
박창현 기자공개 2015-01-14 08:33:00
이 기사는 2015년 01월 13일 13: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나선 배경을 두고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공정위 규제 대상에 포함된 개인 소유 계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재편 작업을 진행했다. 마지막 남은 숙제가 바로 현대글로비스다.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추진했던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이 무산됐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502만 2170주(13.49%) 매각 절차에 돌입했지만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다.
지분 매각 성사 여부와 별개로 시장에서는 매각 대상 지분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각각 431만 7000주(11.51%)와 1195만 4460주(31.88%)씩 총 1627만 1460주(43.39%)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블록딜이 성사됐다면 오너 일가는 지분율을 29.9%까지 낮출 수 있었다.
지분율 29.9%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는 공정위가 쥐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3년 10월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 원 이상이거나, 내부 매출 거래 비중이 12%가 넘는 곳이 규제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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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계열사 10곳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후계자인 정 부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정위 칼 날을 피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정 부회장 소유 규제 대상 계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돌입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현대엠코(25.06%)와 현대위스코(57.87%)는 각각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위아와 합병됐다. 합병 후 정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은 규제 범위 밑으로 떨어졌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총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오토에버도 동종 시스템통합 계열사(SI) 현대C&I를 합병하면서 규제 해소를 위한 초석을 마련해 뒀다.
정 부회장이 직접 보유 지분을 처분하기도 했다. 광고 대행 계열사 '이노션'의 경우, 보유 주식 40% 가운데 30%를 외부 투자자한테 팔았다. 정 부회장은 지분 처분을 통해 공정위 규제 칼날을 피하는 동시에 승계 재원 3000억 원도 확보했다.
공정위 규제 대상 계열사 가운데 최근까지도 정 부회장 지분 변동이 없었던 유일한 계열사가 현대글로비스였다. 현대글로비스는 대표적인 오너 3세 소유 일감 수혜 기업이다. 현대·기아차 물류 일감을 독식하면서 외형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2013년에도 전체 매출 약 10조 원 가운데 7조 6000억 원을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벌어들였다. 더욱이 정 부회장 지분율이 높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 핵심 계열사로 주목받았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처리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꺼내든 회심의 히든 카드는 바로 블록딜이었다. 가격 할인 요인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만에 거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블록딜은 실패로 끝났고, 현대글로비스는 다시 정의선 부회장의 고민거리로 남게됐다. 다만 정 부회장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완벽하게 재편하기 위해서는 공정위 이슈를 먼저 풀고 가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지분 정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오너 일가가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시장의 관심사였는데 블록딜 카드를 썼다"며 "물량이 워낙 컸던 탓에 블록딜은 실패로 끝났지만 규제 회피 목적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매각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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