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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금융점포의 모순 [thebell note]

이승우 기자공개 2015-01-26 11:06:01

이 기사는 2015년 01월 20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점 한곳을 방문해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모든 업무를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다면 고객의 편리함은 두 말 할 것 없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계열 금융사를 한 곳에 모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공동 영업을 통해 시너지도 낼 수 있다. 감독당국이 올해부터 허용키로 한 '복합금융점포' 이야기다.

그동안 BIB(Branch In Branch)나 BWB(Branch With Branch) 형태의 복합점포가 있기는 했으나 영업 측면에서 보면 유명무실했다. 한 고객을 놓고 다른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이 각각 영업을 해야만 했다. CCTV가 달렸으니 꼼수를 부리다가는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러야 했다. 금융그룹의 계열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감독당국은 복합금융점포의 물리적·화학적 결합을 용인키로 했다. 같은 손님을 한 곳에서 그리고 여러명이 다각도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줬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KB금융 등 지주사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서 자산관리(WM) 사업에 적극적인 곳은 신났다. 복합금융점포가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하는 프라이빗뱅킹(PB) 비즈니스의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PWM'이라는 형태의 매트릭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신한금융 뿐 아니라 하나금융과 KB금융도 복합금융점포에 대한 구상을 가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복합금융점포를 구상하다 걸리는 대목이 있다. 그룹 입장에서 보면 복합금융점포의 방향과 목표가 계열사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인데 그 시너지가 다른 뜻으로 해석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간 시너지가 일감 몰아주기의 다른 이름이 될 수 있는 것. 제조업에서 계열사간 거래가 편법적인 상속과 증여의 수단으로 터부시되면서 타 업권에서도 시너지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25%룰(계열 금융사를 통한 보험 상품 판매 비중을 제한하는 룰)'로 인해 보험사의 복합금융점포 입점에 대해 감독당국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펀드 역시 복합금융점포가 탄생하면 계열자산운용사 펀드 판매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50% 룰을 어기는 건 불보듯 뻔하다. 펀드와 보험 뿐일까. 아직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금융상품에 대한 계열사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 여론을 빌미로 당국의 어떤 규제가 나올지 알 수 없다.

때문에 한편에서는 알맹이 빠진 껍데기만 화려한 복합금융점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화학적인 시너지를 못 낼 게 뻔하니 겉으로 화려한 점포 하나 내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어 보라고 금융지주사 체제로 유도했고 복합금융점포도 해보라는건데 규제가 여전히 손발을 묶고 있는 셈이다.

시너지를 내라는건지 아니면 정부의 규제 철폐 흐름에 금융당국도 생색을 내려는건지, 혹은 다른 규제가 있으니 조절을 잘 해서 '적당한' 선에서 시너지를 내보라고 타협점을 찾은건지. 차라리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제한이라는 공정거래법 규정을 금융업에도 적용하는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을 공론화하는 게 먼저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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