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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재무실적 역대 최악..AA+ 반납 위기 [Credit Outlook 점검]영업실적·재무부담 갈수록 악화…'재무 트리거' 미충족

황철 기자공개 2015-03-10 06:36: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05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업계 최우량 기업 중 하나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지금과 같은 재무실적이라면 국내 대표기업에게만 주어지는 AA+ 신용등급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역대 최악의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나타냈다. 연중 내내 저조한 영업이익을 나타내더니 4분기에는 대규모 적자의 늪에 빠지는 등 개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크레딧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차입부담 역시 급증하고 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현금흐름 저하도 뚜렷해 당분간 재무구조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한국기업평가의 인내심도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이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 공언한 만큼 결단의 시기가 빨라질 수도 있다. 이미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한기평이 제시한 재무 트리거(Rating Trigger)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순차입금 급증, EBITDA 급감

롯데케미칼 신용위험의 핵심은 석유화학업계 공통적으로 봉착한 장기 불황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다. 여기에 국내외 생산거점 확보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발생한 재무레버리지의 확대가 겹쳐 있다. 업황 불안으로 투자 대비 회수 실적이 더뎌지면서 재무구조 악화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한기평이 지난해 12월 AA+ 신용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달았던 결정적 이유다. 한기평은 당시 수익성 저하와 높은 신규 투자부담에 따른 차입금커버리지 지표 약화를 주된 모니터링 요소로 꼽았다. 앞으로 순차입금/OCF(총영업활동현금흐름) 1배, 순차입금의존도 10%를 넘어설 경우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롯데케미칼

한기평은 이에 앞서 같은해 9월 정유업과 석유화학업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최근 정유업계에 대한 일괄점검과 연쇄 신용등급 조정이 끝난 상태라 화학업체가 다음 타자로 거론되고 있다.

1순위로는 롯데케미칼처럼 '부정적' 아웃룩(Outlook)이 부여된 곳일 가능성이 크다. 당시 한기평은 "2014년 하반기 실적과 재무구조 변화가 신용등급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의 2014년 잠정 실적으로 추론해보면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영업이익·당기순손익 모두 업황 침체가 한참이던 2013년보다도 더 크게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3503억 원, 1822억 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당연히 EBITDA도 8596억 원으로 전년 9945억 원보다 1500억 원 가량 급감했다.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지다보니 외부조달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총차입금은 2조6038억 원으로 2012년 1조9350억 원, 2013년 2조4758억 원에 이어 증가 추세를 지속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7929억 원으로 전년 1조2909억 원보다 5000억 원 가까이나 줄었다. 이를 반영한 순차입금은 약 1조8109억 원으로 전년 1조1849억 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 재무실적 상쇄할 '무엇'이 없다

롯데케미칼이 내놓은 초라한 성적표는 이미 한기평의 '재무 트리거'를 한참 넘어선다. 당장 신용등급을 떨어뜨려도 할말이 없는 수준이다. 순차입금의존도는 트리거 한도 10%를 7%포인트 이상 넘어선 17.52%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11.09%보다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순차입금/OCF 역시 한기평 제시 수준인 1배를 훌쩍 넘어 2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EBITDA에 이자·법인세 등을 제하고 일부 비현금항목을 조정해 산출한다. 아직 결산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EBITDA 전망치가 8596억 원으로 이미 전년보다 줄어 OCF의 개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여기에 약 15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자·법인세까지 제하면 OCF는 7000억 원에서 많게 봐야 80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후하게 쳐서 OCF가 8000억 원에 이른다 쳐도 관련 지표는 2.26배로 트리거를 두 배 이상 상회한다. 7000억 원에 그칠 경우 2.59배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전체적인 사업 경쟁력과 재무구조가 아직은 우수하지만 영업현금창출력과 커버리지 지표의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상대적 개념인 신용평가 관점에서 최우량 기업들이 포진한 AA+에 부합하는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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