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 '바이오매스'로 반전 노린다 열병합발전 '공격적 투자'..1·2호기 연 EBITDA 500억 전망
한형주 기자공개 2015-04-23 10:19:26
이 기사는 2015년 03월 16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문용지만 만들던 전주페이퍼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든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투자비용이 적잖이 들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더 막막해질 수 있었다.전주페이퍼의 지난해 순이익은 3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 걸로 추정된다. 국내 신문용지 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굳어진지 오래고, 그 속에서 전주페이퍼의 과점적 지위도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별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늘어난 수출 비중만큼 환 리스크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아직 비관할 단계는 아니다. 신사업 영역으로 개척한 친환경 연료 부문에서 꾸준히 이익이 나고 있다. 전주페이퍼는 해당 사업 비중을 늘리고 기존 종이제조 부문은 줄여 턴어라운드를 노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에너지 사업에서 기회를 찾은 셈이다. 전주페이퍼가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9년. 모간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모간스탠리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직후다.
◇비용절감용 재생에너지, '정부정책 효과'로 비즈니스화
사실 모간스탠리PE나 전주페이퍼가 처음부터 사업성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를 생산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내부 전력 용도로만 쓰려고 했다. 제지 사업은 스팀(steam)을 많이 사용하는 비즈니스다. 나무를 끓여 죽(펄프)처럼 만든 뒤 이를 말리면 종이가 되는데, 이 때 열이 가해진다. 모간스탠리PE에 인수되기 전까지 전주페이퍼는 스팀 원료로 LNG보다 비싼 벙커C유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 2008년 들어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 시대에 돌입하자 에너지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모간스탠리PE는 전주페이퍼의 전신인 한솔제지, 말하자면 삼성그룹 공채 출신의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과 신기술을 고안하게 된다. 그 결과물이 당시로는 혁신적인 '바이오매스(Biomass) 열병합발전' 시스템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일종으로, 벙커C유 대신 우드칩 또는 폐비닐과 같은 RPF(Refuse Plastic Fuel·폐기물 고형연료)를 쓰기 때문에 연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주페이퍼는 2010년 '업계 최초' 타이틀을 달아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 1호기를 준공했다. 8만 메가와트(MW)급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모간스탠리PE는 이 발전소를 짓는 데 토지 부대비용을 합쳐 약 4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때만 해도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돈을 벌 생각까진 없었다.
사업화의 계기가 된 것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었다. 2012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가 도입되면서 국가적으로 리뉴어블(renewable) 연료 사용 붐이 일었다. 앞서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전주페이퍼는 당초 공정용으로 쓰던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한국전력에 팔기 시작했다. 자체 발전 에너지를 SMP(계통한계가격)로 판매해 이윤을 남겼다. 1호기에서 발생하는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만 연 200억 원 가까이 된다.
◇모간PE, 열병합발전소 2호기 '통큰' 베팅
이쯤 되니 사업 확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신문용지 업황 부진을 만회할 새로운 성장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모간스탠리PE와 전주페이퍼는 기존에 유휴설비로 남아있던 벙커C유 보일러들을 추가로 개조, 바이오매스 전용으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모간스탠리PE의 FI(재무적투자자)답지 않은 면모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자 규모가 거의 1000억 원으로 1호기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컸다. 가뜩이나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한 탓에 금융비용 부담도 만만찮은 터. 회사가 벌어들이는 현금의 상당 부분을 재투자한다는 게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 이를 통한 밸류에이션 창출에 역점을 뒀기에 가능한 투자였다는 평이다. 웬만한 사모펀드 같았으면 공장이든 유형자산을 팔아서라도 인수금융을 갚는 데 급급했을 것이란 점에서 비교되는 행보다. 모간스탠리PE는 이와 별도로 매년 350억 원 규모의 시설투자(CAPEX)도 단행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전주페이퍼의 두 번째 바이오매스 열병합발전소가 지난해 말 착공됐다. 연간 생산전력이 26만 MW로 1호기의 3배를 웃돈다. 내년에 완공되고 나면 1호기를 합쳐 친환경 에너지로만 500억 원가량의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실적 기여도가 높아지자 전주페이퍼는 최근 신규 부서로 환경사업부를 개설, 제지 부문과 매출 등을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소 2호기의 상업 가동이 본격화되면 종이 제조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에도 큰 폭 변화가 예상된다. 전주페이퍼는 EBITDA 기준 신문용지 비중을 60% 정도로 줄이고, 나머진 전기사업으로 채우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상태다. 밖으로는 바이오매스 원료를 소싱하는 ㈜전주에너지를 설립(2010년), 수직계열화를 완성했고, 이듬해엔 RPF를 민간기업에 판매할 목적으로 ㈜한빛그린환경을 인수했다.
◇사업 다각화로 밸류 매력 'UP'..엑시트는 장기플랜으로
전주페이퍼의 사업 다각화는 궁극적으로 FI들의 투자수익 극대화에도 일조할 수 있다. 단순히 제지업에만 종사한다고 했을 때 적용 EV/EBITDA 배수는 8~9배 수준에 그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병행한다면 못해도 10배 이상의 멀티플은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 EBITDA 1000억 원을 가정시 1조 원대의 밸류에이션 책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 2008년 모간스탠리PE와 신한프라이빗에쿼티(신한PE) 컨소시엄이 지분투자한 금액(8100억 원)을 감안하면 엑시트 플랜은 긴 호흡으로 짜는 게 유리해 보인다. 모간스탠리PE는 투자 성과가 가시화될 때까지 자금 회수를 서두르지 않을 방침이다. "적어도 2013년 달성한 EBITDA 965억 원 이상은 시현한다"는 의기를 다지고 있다. 분위기상 엑시트는 내후년쯤에나 추진할 공산이 높다. 펀드 출자자(LP)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2대주주인 신한PE와도 '멀리 내다보자'는 기본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모간스탠리PE 관계자는 "신문용지 시장이 계속 정체되다 보니 회사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며 "흔히 외국계 PE가 '기업 사냥꾼'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보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신규 사업 투자가 업계에 긍정적인 트랙레코드나 지표로 각인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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