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4월 17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초 상장지수펀드(ETF) 업계에 이상한 얘기가 돌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의 현금자산을 제일모직 청약에 활용했다는 것이었다. 코스피200 편입이 확실시 되던 제일모직을 공모가에 먼저 사들이는 방식의 편법을 썼다고 했다. 3개월 락업이 걸려있다는 설명도 덧붙여 졌다.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제일모직이 코스피200 지수에 조기편입 된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KINDEX200과 파워K200에 포함시키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에서였다. 벤치마크로 삼는 지수를 완벽에 가깝게 복제하는 것이 목표인 ETF의 성격과도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일모직은 매일 공시되는 두 상품의 자산구성내역(PDF : Portfolio Deposit File)에는 드러나지 않았다. 제일모직이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것은 3월 13일.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에는 그날부터 제일모직이 등장했다.
다른 코스피200 ETF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로서 진실이 궁금했다. 설령 제일모직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고 하더라도 성과 차이가 날 수 있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지난 해 말부터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8개 ETF의 추적오차(Tracking Error)와 수익률을 일별로 체크하다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제일모직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KINDEX200과 파워K200이 다른 6개 상품과 다른 움직임을 나타냈던 것이다.
통상적으로 코스피200 ETF는 다른 상품들처럼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지도 않을 뿐더러 같은 지수를 따르기 때문에 추적오차나 괴리율, 성과가 거의 비슷하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은 편입종목을 190개까지 늘려 코스피200 지수의 완벽 복제를 추종하거나 운용보수를 낮추는 식으로 수익률을 높인다.
그럼에도 패시브 펀드라는 특성 때문에 성과 차이는 미미하다. 지난 해 8개 ETF의 추적오차는 약 0.01%의 차이만을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제일모직 IPO 이후 상황은 변했다. 추적오차율을 내는 데 필요한 ETF 순자산가치 변동률을 살펴봤더니 더욱 명확하게 차이가 드러났다.
제일모직 상장일인 지난 해 12월 18일, 제일모직이 상한가를 기록했던 12월 19일, 하한가를 냈던 지난 1월 5일 8개 ETF의 순자산가치 변동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KODEX200을 비롯한 6개 ETF가 0.04%, 1.67%, -0.22%에 수렴했던 반면, KINDEX200은 0.29%, 1.71%, -0.28%, 파워K200은 0.19%, 1.72%, -0.30%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의 제일모직 편입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ETF 운용철학 위배까지 거론하며 논란이 분분하다. 두 운용사가 성과를 무리하게 쫓아 기교를 부린 탓에 시장의 분위기를 어지럽혔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거래소에서 ETF운용사들에게 매일 상품의 PDF 공시를 강요한 것은 보다 포트폴리오를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으라는 취지. 다른 금융상품보다 안정적인 ETF의 운용방식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사실상 코스피200 지수 외 종목을 해당 ETF에 담는 것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흥행보증수표'로 거론되던 제일모직이 욕심났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ETF의 본래 목적을 퇴색시키거나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무리수'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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