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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SK㈜ 합병]지배구조 변화 이제 시작, 합병이 '끝' 아니다합병 불구 최태원 회장 각종 규제 못 벗어나..사업부문 분할 불가피

김장환 기자공개 2015-04-20 18:12:57

이 기사는 2015년 04월 20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SK C&C로 SK를 흡수합병한 후 과연 통합회사를 사업형 지주회사로 끌고 갈지 여부가 주목된다. 결론적으로 이들 회사의 합병 시도가 다양한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목적이었던 만큼 사업부를 떼어내 분할하는 후속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 C&C와 SK가 합병한 후에도 최태원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SK C&C에 일감을 몰아주던 고객사가 아닌, 순수 지주회사 역할만을 유지해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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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C&C에 따르면 SK에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한 것 외에 양측의 거래는 지난 수 년 동안 전혀 없었다. 지난해 별도기준 SK C&C의 총 매출은 1조9741억 원, 특수관계자와 거래액은 8078억 원으로 약 41%대 내부거래비율을 기록했다. 가장 많은 일감을 몰아준 곳은 SKT로 3885억 원대 거래를 했고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등 계열사가 뒤를 이었다.

SK와 SK C&C 합병 후 통합회사의 내부거래비율은 각기 회사로 존재할 때보다 오히려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SK가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사용료 등을 받아왔기 때문에 내부 계열사 매출 거래가 대규모로 추가될 수밖에 없다. 거래가 전혀 없었던 SK의 흡수합병인 탓에 내부거래비율만 오히려 상승하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별도기준 SK가 특수관계자들을 통해 올린 매출액은 9911억 원, 이 기간 총 매출액은 9920억 원이다. 내부 관계자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 외에는 개별 사업을 통한 매출이 전무하다. 계열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온 내역들로, SK C&C도 지난해 47억 원대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했다. 순수 지주회사 역할만 했던 것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합병회사는 총 매출 2조9661억 원, 내부거래액은 1조7989억 원대로 뛰어오르게 된다. 내부거래비율은 무려 60.7%. SK C&C의 내부거래비율 41%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과거 SK엔카를 계열로부터 가져오는 등 다양한 방편을 동원해 내부거래비율을 꾸준히 줄여왔던 노력을 단번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결과다.

총수 일가 지분율을 볼 때도 이번 합병은 최태원 회장에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면죄부를 쥐어 주는 방편도 아니다. 지분율이 희석된다 하더라도 특수관계자들을 포함하면 공정위 규제 요건인 3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최 회장 지분(32.92%)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지분(10.5%) 등 특수관계자를 합하면 통합 후 예상되는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30.9%대(보통주 기준)다.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기준은 총수 및 친족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이고 내부거래 매출액 12% 혹은 200억 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규제 방편은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를 직접 검찰에 고발하는 등 사법적 성향을 띄고 있다. 통합 후 예상되는 지분율과 내부거래비율을 고스란히 끌고 가게 되면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사법적 제재를 받을 수도 있는 셈이다.

물론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소수 지분만을 매각하더라도 해소할 수 있다. 다만 합병시 최 회장 개인으로 보면 지주사 지분율이 23.4%까지 하락한 만큼 지분 매각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60.7%에 달하는 내부거래 비중을 단기간에 줄이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보면 SK와 SK C&C의 합병은 최 회장에게 아직까지 부담이 남겨져 있는 방편이다. 최 회장이 SK C&C를 통해 지주사 SK를 지배하고, SK가 나머지 계열회사를 거느리는 기형적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오랜 기간 거론돼 왔지만, 그렇다고 이를 굳이 깨야 할 법적 문제들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이 같은 부담을 짊어지면서까지 합병을 시도할 이유가 별반 없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SK와 SK C&C의 합병 후 SK그룹은 사업부를 물적분할 해 떼어내는 방식의 후속 작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C&C가 영위 중인 전산통합시스템(SI) 사업부를 분사하고 통합 회사(가칭 SK)는 이전처럼 사업형 지주사로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다. 아울러 떼어낸 사업부는 별도의 회사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닌 여타 계열에 흡수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영업양수도 등 방안을 꺼내들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합병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운용해오면서 최근 최태원 회장의 8월 15일 사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당 시점에 합병을 고려해왔지만 굳이 이 시기를 기다릴 필요성에 대한 의문과 각종 규제 부담으로 합병을 서둘러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사업형 지주사로 가져갈 경우 오너 일가가 공정위 규제를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또 다른 후속 작업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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