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국내 서민금융 급속 장악 [서민금융 잠식하는 외국자본]①대부·저축은행 등 장악…"단기성과 급급해 문제"
이승연 기자공개 2015-05-18 08:25:21
[편집자주]
서민들이 소액 급전을 빌려쓰는 서민금융 시장이 일본계 자본에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대부업계는 이미 일본계 자금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고 저축은행과 캐피탈까지 이들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고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일본계가 시장을 잠식해가면서 토종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일본계 자금의 고금리 본색에 서민경제 위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 더벨은 외국계 자본 유입에 따른 실태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토종 서민금융의 생존 전략을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5년 05월 14일 14: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 시장을 향한 외국계 자금 유입이 심상치 않다. 침체된 국내 금융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고 선진화 된 금융 기법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씨티와 스탠다드은행의 저조한 활약, 론스타의 먹튀 논란 등 그간의 사례에서 보듯이 외국계 기업 대부분이 장기적이 이익 보단 단기적인 경영 성과에만 치우치고 있어 무분별한 외국계 자금 유입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외국계 자금, 대부업체·저축은행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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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 업종 가운데 외국계 자금 유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서민금융이다. 대부업계의 경우 이미 일본 자금에 잠식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9년 A&P파이낸셜의 진출 후 지금까지 국내 시장엔 20여개에 이르는 일본 대부업체가 상륙했다. 그 중 아프로파이낸셜, 산와, KJI등 일본계 '빅3 대부업체'는 한국 대부업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한국 자회사인 아프로파이낸셜과 산와머니, 미즈사랑, KJI 등 4개사의 작년 상반기 기준 총 자산 규모는 4조 2836억 원으로, 국내 100억 원 이상의 대부업체 총 자산(10조 1605억 원)의 44%를 차지한다.
대부업계를 장악한 일본 자금은 이제 국내 저축은행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의 자산 점유율은 전체 저축은행의 18.9%로, 불과 2년 전인 2012년 보다 6배나 증가했다.
일본 자금이 서민금융 시장을 접수했다면, 중국 자금은 국내 금융 산업 전반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금융 시장을 넘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특히 증권가에서 두드러진다. 동양증권의 경우 이미 대만 유안타 증권에 넘어갔고 현대증권의 경우 일본 오릭스에 최종 인수되긴 했지만 인수 과정에선 중국 푸싱그룹이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국내 금융사에 대해 외국계 자금이 적극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지금의 추세라면 대우증권이나 우리은행 역시 거대 해외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론스타 먹튀논란에 한국씨티·SC銀 몰락…무분별한 해외 자금 유입 경계론
일각에선 무분별한 외국계 자금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그간의 사례를 비춰볼 때 득보단 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의 먹튀 사건이 대표적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00억 원에 사들였지만 이후 헐값 매각을 둘러싸고 각종 고발과 소송이 난무, 제대로 된 경영을 시도하지도 못한 채 3년 만에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할 때 4조 6600억 원의 차익을 남기면서 '먹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은행의 전신인 한미은행과 제일은행이 10년 전 미국 씨티은행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됐을 때 만해도 침체된 금융 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물론 선진금융의 정석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두 은행은 존재감 조차 미미하다. 오히려 각종 금융사고와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는 '문제아'로 찍혀있다.
성장과 수익성은 멈췄는데 정작 미국과 영국의 본사가 가져가는 돈은 두둑해 국부 유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SC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010~2013년까지의 배당성향이 30~80%에 달했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씨티은행도 2004년 한미은행 인수 후 작년까지 1조 2185억 원에 이르는 용역비를 지출했는 데 이 중 절반 이상이 해외로 지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 대부분이 주주중심의 경영 방식이다 보니 장기적인 이익을 위한 투자 보단 단기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만 급급하다"며" 이러다보니 무리한 구조조정과 고율배당, 이에 따른 국부유출 논란 등의 악순환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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