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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PMX 자생력 키우길 [thebell note]

강철 기자공개 2015-05-21 08:49: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1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토대로 전기동(Copper) 관련 제품을 국내외 제조업체에 판매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기업. 풍산을 한마디로 정의한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안정적인 풍산에도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북미 시장에서의 생산 거점 마련을 위해 1989년 미국 오하이오주에 설립한 자회사인 PMX다. PMX는 설립된 지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년 적자를 내며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흑자를 낸 건 2009년과 2010년 두 해에 불과하다.

풍산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매년 200억~400억 원의 자금을 PMX에 지원하고 있다. 모회사로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운영자금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PMX에 투입한 자금은 총 3000억 원에 달한다. 2009년부터는 한해도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에도 불구하고 PMX의 수익성은 매년 저하되고 있다. 판매량이 살아날 기미가 보였던 지난해에도 138억 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1분기 전기동의 가격이 톤당 6000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업황도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PMX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현지 판매망 확보 실패다. 제조업 경기 불황의 여파로 '판매 부진 → 생산량 저하 →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생산량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나지 않다 보니 전기동의 가격이 크게 상승해도 적자가 나는 실정이다.

전기동 가격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파생상품(헤지)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한명 풍산 대표는 올해 초 실적 설명회에서 "PMX를 비롯한 해외 계열사에서 헤지를 활용한 제품 및 원자재 가격 관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영업, 생산, 자산운용 등 경영 전반적으로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채 모회사에 대한 의존도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자회사의 영업망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미봉책으로 자금 지원에만 집중한 것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PMX는 지원받은 자금을 부채 상환과 인력 구조조정에만 사용했을 뿐 실질적인 수익 기반 마련을 위한 재원으로는 활용하지 않았다.

풍산은 올해 PMX가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근간에는 미국 제조업 경기가 회복될 거란 확신이 자리잡고 있다. 손익분기점 생산량인 연간 7만 톤도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류진 풍산 회장은 최근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PMX에 대한 자금 지원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만큼 PMX가 올해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무쪼록 풍산이 올해 PMX의 판로 확보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으면 한다. 당장의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생력을 갖추는 데 초첨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마진이 높은 직거래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영업 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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