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이재용 '삼성물산 데자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건설부문 가업승계 활용 공통점...에버랜드 부지 활용 모색할 듯
길진홍 기자/ 고설봉 기자공개 2015-05-27 08:21: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6일 1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꼬박 40년이 흘렀다. 지난 1974년 삼성가 장남인 이맹희 씨가 전주제지 이사직에서 물러나고, 3남인 이건희 회장이 제일제당과 전주제지 이사직을 꿰찬다. 장남을 제친 3남의 후계자 등극을 알리는 서막이었다.이듬해 12월 대주주 지분율이 48%를 넘어선 삼성물산은 상장을 단행한다. 당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25%로 추산된다. 상장 후 삼성물산은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린다. 1975년 순매출액이 792억 원으로 전년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순익도 8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급증했다. 당시 제일복장, 신세계 맥그리거 사업부 흡수합병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이후 자본확충에 이어 코리아엔지니어링(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투자(1978년), 일본 마루베니 소유 삼성조선 출자 지분 인수(1977년) 등을 단행한다. 1980년대는 중국의 전자 공장 투자에 삼성물산을 앞세웠다.
후계구도 결정 후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삼성물산의 기업공개, 계열사 흡수합병을 통한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 신사업 추진, 그룹 투자 창구 일임. 고(故) 이병철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진 후계구도 승계는 이렇게 요약된다. 삼성물산 기업가치 증대는 이 회장이 그룹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됐다.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물산과 합병을 결정했다. 제일모직 패션산업부와 삼성SDI 소재부문 합병 후 상장을 단행하고, 다시 삼성물산 합병 카드를 꺼냈다.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를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두게 됐으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일련의 수순이 사실상 40년 전과 판박이다.
|
합병으로 상사와 건설 부문을 쥐게 된 제일모직은 외형 성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존속법인의 이름이 삼성물산으로 결정되면서 삼성물산은 2대에 걸쳐 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중심에 서게 됐다. 물론 법인 태생 환경이 다르지만 경영권 승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의미는 같다고 할 수 있다.
통합법인은 그룹 지주사 전환에 따른 합병과 분할을 대비한 기업가치 증대를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외형 성장 밑그림을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건설부문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을 예상된다.
제일모직 건설부문은 그동안 삼성전자 등의 시설투자 수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여 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실적을 더하면 매출이 16조 원(2014년 기준)을 웃돈다. 이 회장 역시 지난 1977년 중동 건설 붐으로 건설사업 수혜를 톡톡히 봤다.
당장 에버랜드 시절부터 보유해온 부동산 개발사업에 눈길이 간다. 삼성그룹은 경기도 용인시 포곡읍 전대리 일원에 981만㎡(약 300만 평) 규모의 땅을 갖고 있다. 이 중에서 제일모직 소유 부지는 500만㎡(152 만평)이다. 남은 416만㎡(126 만평)는 이 회장 소유로 돼 있다. 증권업계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땅의 가치가 3조 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상장 당시 기업가치 산정에서 제외됐다.
제일모직은 용인 보유 토지에 공원과 문화교육, 모터파크, 숙박 시설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 사업을 마칠 예정이다. 장부가 3조 원 규모의 땅에 대규모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내부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을 경우 실적은 모두 합병법인에 귀속된다. 일부에서는 통합법인의 2020년 60조 원 매출 달성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일모직의 마케팅 능력과 결합한 래미안 브랜드 인지도 상승도 부수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다.
삼성물산과 합병은 또 그룹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패스에 삼성물산의 자금력과 운영 노하우가 더해질 경우 장기간 안정적인 매출 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증대될수록 대주주는 지배구조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그룹 내 부동산개발을 통한 제일모직의 성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