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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왜 지금인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삼성물산 주가 바닥권…이재용 부회장 지배지분율 약화 최소화 적기

정호창 기자공개 2015-05-27 08:17:00

이 기사는 2015년 05월 26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전격 결정한 데에는 삼성물산 주가가 최근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었던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는 제일모직 대비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26일 삼성물산의 흡수합병을 결정하면서 합병비율을 1:0.3500885로 설정했다. 주당 합병가액은 제일모직 15만 9294원, 삼성물산 5만 5767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두 회사의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제일모직은 11%, 삼성물산은 29.2% 낮은 가격에 주당 합병가액이 결정된 셈이다. 반대로 52주 최저가와 비교하면 제일모직의 합병가액은 41%, 삼성물산은 7.5% 각각 높다. 두 회사의 주당 합병가액이 제일모직의 경우 최고가에 가깝게, 삼성물산은 반대로 최저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결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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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합병가액을 이렇게 산정할 수 있는 지금 이 시기를 택한 이유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최대주주 일가의 합병법인에 대한 지배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그룹 3세들이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한 채 삼성물산 주식을 단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아 두 회사의 합병시 지분율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사의 합병을 제일모직에 비해 삼성물산 주가가 가장 낮을 때 추진해야만 합병법인에 대한 지분율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그 '최적의 타이밍'을 바로 지금이라고 판단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가 최근 완전히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주가는 지난해 12월 18일 상장한 후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주가가 14만 원대에서 16만 원대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물산은 지난해 말 이후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타는 모습을 보였다. 7만 원대 주가가 5만 원대까지 내려왔다. 계절적 비수기를 맞은데다 올 1분기에 지난해보다 저조한 경영실적을 기록한 점이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 5만 원 중반에서 주가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자 삼성그룹이 합병 결정을 서두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증시에서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고평가된 반면 삼성물산의 경우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됐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해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 합병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주당 합병가액이 큰 차이를 나타낸 덕분에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에 이어 신설되는 합병법인의 최대주주 지위도 무난히 지킬 수 있게 됐다. 23.24%에 이르던 지분율이 16.4%로 낮아지긴 하나 여전히 타 주주를 압도하는 독보적인 지분을 갖게 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 몫에 두 여동생과 부친 지분까지 합쳐 최대주주 일가는 합병법인 지분 30.16%를 확보할 전망이다.

만약 제일모직 주가가 하락하거나 삼성물산 주가가 올라 주당 합병가액에 변화가 생겼다면 이재용 부회장 일가의 합병법인 지분율이 3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었던 셈이다. 지분율 30%는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상장법인의 안정적 경영권 행사를 위한 최소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기업가치나 합병 비율 등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최적의 주가와 타이밍을 찾는데 고심한 흔적들이 엿보인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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