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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어카운트, 또 하나의 헤지펀드" [지점 랩의 고수]백종준 교보증권 당산역지점장

송광섭 기자공개 2015-06-02 08:56:21

이 기사는 2015년 06월 01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점에서 운용하는 랩어카운트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 톱다운(Top-down: 거시경제를 예측해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방식)에서 바텀업(Bottom-up: 개별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투자하는 방식), 나아가 이벤트드리븐(Event-driven: 이벤트 과정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방식) 전략을 접목시킨 상품까지 등장했다.

그 선봉에 교보증권 당산역지점이 있다. 이 곳에서는 2년 전 10억여 원을 가지고 파일럿 형태로 랩어카운트를 시작했다. 일정 기간 트랙레코드를 쌓은 뒤 올 들어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했다. 최소 가입금액이 10억 원에 달하는데도 두 자릿수 수익을 거둔다는 입소문에 제 발로 찾아오는 고객도 하나 둘씩 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200억 원, 계좌 수는 1만 4000개에 이르고 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랩어카운트 운용 규모는 7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양호한 수익률에 최근 신규 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연내 랩어카운트 운용 규모를 2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게 내부 목표다.

◇ 운용수익률 200%…저렴한 비용 강점

백종준 교보증권 당산역지점장(사진)은 1999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을 거쳐 2005년 교보증권에 왔다. 프롭트레이딩 부서와 일선 지점에서 근무하다 2013년 초 당산역지점장을 맡았다. 당시 그는 여의도와 가까운 당산역지점에 발령내줄 것을 회사에 요청했다. 업계 종사자들과 끊임없이 교류하기 위해서였다.

백 지점장은 "요즘에는 메신저나 메일 등을 이용해서 업무를 보기도 하지만, 여의도와 가깝다는 사실은 매우 큰 장점이 있다"며 "일례로 애널리스트를 초청해 지점 직원들과 미팅을 갖거나 외부 세미나에 참석할 때 편리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마주하면서 얻는 정보에서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종준 교보증권 당산역지점장

지점장을 맡아 그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지점 랩어카운트다. 펀드나 자문형 랩 등의 상품의 경우 기준가에 법인브로커 수수료가 포함돼 있지만 지점 랩어카운트의 경우 운용보수(0.2~0.4%)와 수익 발생 시 받는 성과보수(10~20%) 뿐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으니 운용 성과만 괜찮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지점의 운영 방향도 고객 수익률에 맞췄다. 예전에는 지점에서 액티브펀드나 자문형 랩어카운트와 같은 거래 회전율이 높은 상품을 주로 판매했다. 심지어 직원들이 상품을 고를 때 수익률보다 회전율을 먼저 살펴볼 정도였다. 단순히 수수료를 챙기기보다 이제는 고객의 자산을 늘리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지난 2년간 당산역지점의 랩어카운트 수익률은 200%(대표계좌 기준)에 육박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오르면서 최근 3주 동안에는 10.5%의 수익을 거뒀다. 그 덕에 한 고액자산가 고객은 수익금의 절반을 특정 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곳에서는 고객이 정한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곧바로 환매하고 있다.

◇ 숏 전략 추가 계획…코스피 2200 전망

당산역지점에는 백 지점장을 포함해 총 3명의 매니저가 랩어카운트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의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비슷하나 가끔 고객이 특정 종목을 편입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어 완전히 같지는 않다. 대체로 중소형주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한 종목당 투자 비중은 30% 미만으로 설정하고 있다.

대다수 랩어카운트가 톱다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바텀업 방식을 통해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곳도 종종 있다. 하지만 당산역지점은 이벤트드리븐과 롱온리(Long-only: 매수일변도) 전략을 절반씩 활용하고 있다. 기업공개(IPO), 스팩(SPAC), 지주사 전환 등 이벤트 발생 시 투자 기회를 찾는다.

가령 상장한 뒤 오버행(대량 매물출회) 이슈로 주가가 적정 수준보다 떨어져 있는 종목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식이다. 일례로 적자를 기록해온 한 항공 관련 종목이 얼마 전 상장한 경우가 있다. 당시 주가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고, 흑자 전환한 뒤 적극적으로 매입해 많은 수익을 거뒀다.

백 지점장은 향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형태로 공모주나 스팩 물량을 받을 계획이다. 최근 들어 기관투자가들이 블록딜을 많이 하는데 이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사들이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공매도(Short: 숏) 전략도 추가할 방침이다. 랩어카운트를 마치 하나의 헤지펀드처럼 운용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이와 함께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일본에서 소니가 주춤하지만 IT소재 기업들은 살아나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기업에 주목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중소형주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바이오나 모바일 관련 종목은 투자 대상에서 배제했다.

당분간은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백 지점장은 "올해 코스피는 22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스닥 시장도 앞으로 10~20% 정도는 더 오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가격제한폭 확대로 변동성은 한층 커지겠지만 전체적인 유동성의 힘은 막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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