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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 뒤늦은 회사채 발행 '타이밍 놓쳤다' 무차입 향수, 사모성 단기조달만 의존…신용등급 하락 등 이중고

황철 기자공개 2015-06-16 09:35:00

이 기사는 2015년 06월 11일 16: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미포조선이 결국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무차입의 대명사였던 현대미포조선의 채권 발행은 그 자체로 화제거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기를 한참 놓친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2~3년 전부터 "중장기적 조달 필요성을 감안할 때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입통로 확보와 시장과의 선제적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조선업 장기 불황과 재무구조의 악화 추세를 볼 때 진작에 채권 발행을 타진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회사채 발행은 신용등급 강등과 그룹 전반의 신인도 저하가 맞물린 어려운 시점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다.

◇ 신용등급 AA→A+ 강등, 왜 이제서야

현대미포조선은 이르면 이달 말 2000억원 이상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2001년 7월 1000억원을 찍은 이후 거의 14년 만이다.

현대미포조선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조선업 장기호황 때 확장경영보다는 현금을 차곡차곡 내부에 쌓아뒀다. 타사와 달리 선종을 확대하지 않고 P/C선과 벌크선에 특화한 사업구조를 유지하며 보수적 경영을 고집했다.

그 결과 조선업 불황기로 접어든 2011년까지도 연말 기준 금융부채 자체가 전혀 없는 완벽한 무차입 상태를 유지했다. 2013까지도 차입금 잔액은 남아 있었지만 현금성자산이 더 많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무차입 경영에 대한 고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았다. 조선업 불황이 정점을 향하던 2012년 이후부터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경영 효율화와 조달통로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저가 수주 확대와 결제대금 헤비 테일(heavy-tail)화에 따른 선수금 유입 감소로 현금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0년 무려 1조원에 달하던 현금성 자산은 2012년 797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때까지도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로 버티고 있긴 했지만 매년 부족한 현금이 수천억원대에 달해 조달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컸다. 당장 현금여력이 있더라도 향후 적기 조달을 위해서는 자본시장과의 소통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의 뒤늦은 회사채 발행이 더욱 안타까운 대목은 신용도 변화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중순까지 AA0에 달하던 기업신용등급(ICR)은 최근 A+까지 떨어졌다. AA급과 A급의 차이는 노치(Notch)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공모 발행 여건은 설립 이래 가장 안좋아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전반의 신인도 저하 역시 채권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과론적이지만 차입경영 기피에 대한 고집이 회사채 발행의 적기를 놓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현대미포조선은 2012년 이후 갈수록 재무상황이 안좋아지자 기업어음이나 은행권 단기조달로 급한 불을 끄는 데만 급급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부터 기업어음에 조금씩 손을 댔고, 최근까지 5000억원 안팎의 잔액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기업어음 잔액은 2000억원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기업어음과 은행권 단기대출을 포함한 차입금은 이미 별도 기준 7427억원에 달했다.

◇ 단기차입 확대도 문제, 향후 외부조달 늘 듯

단기차입의 확대는 결국 조달구조의 안정성을 저해해 또다른 신용위험의 발단으로 작용했다. 자의반 타의반 더이상 공모 회사채 발행을 늦추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장장 14년만에 회사채 발행을 결정하게 된 또 하나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조선업황의 부정적 전망과 현금흐름 악화 수준을 감안하면 앞으로 회사채 등의 조달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으로 현금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하면 결국 외부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의 지난해 연말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은 -3166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927억원의 현금이 부족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 전반의 재무실적 악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라며 "향후 조선업황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해 현금창출력 부족에 따른 차입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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