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6월 23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년 새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부쩍 많아졌다. 한동안 잠잠하던 시장에 다시 수 조원 자산 규모의 신생 저축은행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이들이 M&A 등을 통해 끊임없이 사세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몸집 불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BI저축은행이다. 지난해 계열 저축은행을 모두 합병, 자산 규모를 3조 8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 올린 것도 모자라 업계 2위인 HK저축은행 인수전에도 나서고 있다. 만약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총 자산 규모는 약 6조 원에 이르게 된다. 업계 사상 최대 규모다.
OK저축은행은 최근 씨티캐피탈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1조 3000억 원 규모의 친애저축은행을 품은 JT저축은행도 곧 출범을 앞두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사세 확장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영업망 확대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허가를 받은 지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다른 지역에 진출하려면 M&A 외엔 방법이 없다. 요즘처럼 규제나 환경이 업계의 수익성을 옥죄고 있는 상황에선 M&A가 더욱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
사정은 이해되지만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다. '2012년 참사' 역시 저축은행들이 몸을 불리면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행여 비극이 재연되기라도 하면 몸집이 커진 만큼 충격도 커질 수 있다.
물론 대형화를 주도하고 있는 저축은행 대부분인 '신생'이어서 당장 부실이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국도 예금보호제도 개선이라든가, 대주주 적격성 평가 강화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부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펀더멘털은 너무나 취약하다. 업계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대손 비용 감소 덕일 뿐 실질적인 수익성은 회복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먹거리를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당국과 시장의 평가도 여전히 인색하다. TV광고 시간대를 규제하는 것은 물론 금리 인하 압박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스스로 고금리 논란을 탈피하고자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지만 이마저도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형화가 이뤄지면 덩치에 맞는 자산 운용처를 찾기 위해 옛날처럼 부동산 PF 같은 위험 대출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 몇몇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중기대출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2012년 부실사태 이후 환골탈태를 향한 업계의 노력은 높이 사지만 아직은 외형보다 내실에 중점을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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