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현대엘리 지분율 희석..향후 계획은 잇단 유증 불참, 21.48%까지 하락..지분 매각 가능성↑, 손배訴 주목
김장환 기자공개 2015-07-09 10:25:00
이 기사는 2015년 07월 07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쉰들러홀딩아게(AG)가 지난 몇 년간 단행된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크게 희석됐다. 자연스럽게 현정은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보다 공고해진 모양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쉰들러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보다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7일 업계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장내에서 신주인수권 85만9060주를 매각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2450억 원 규모에 달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지난달 29일 배정받았던 신주인수권이다. 처분가는 총 159억 원이며, 이로써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보유 지분율은 21.48%까지 줄게 됐다.
쉰들러의 지분율 희석은 과거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야기됐던 지배력과 얽힌 불안감을 감소시키는 역할로 이어지고 있다. 2013년 말까지만 해도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5% 이상을 유지해왔다. 현대그룹은 이를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봤다. 특별결의는 3분의 1 이상 주주 동의가 있어야만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현대엘리베이터가 포장공사업 추가 등 정관변경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던 것도 쉰들러의 반대표 행사 탓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유상증자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초 밝히면서 쉰들러의 지분율은 점차 줄기 시작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유입된 자금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운용자금 등으로 활용되는 것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어떤 결정에도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현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보다 강화되는 결과를 낳는 변화였던 셈이다.
뭐가 됐든 지분율이 크게 희석됐고 단순 투자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쉰들러가 주식을 지속적으로 들고 갈 필요성은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쉰들러는 애초 현대엘리베이터의 승강기 사업부 인수를 목적으로 지분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양사는 이와 관련된 인수의향서(LOI) 작성까지 마쳤지만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파기했다. LOI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자진해서 승강기 사업부를 쉰들러 측에 넘기겠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게 떨어진다. 2011년부터 회계장부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 가처분, 파생상품 신규 계약 및 연장 금지 등 각종 소송을 진행해오며 각을 세웠던 만큼 극적인 화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보유 주식을 언젠가는 매각하고 떠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쉰들러의 주식 매각 시점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이 끝나는 때로 보고 있다. 쉰들러는 지난해 1월 '현대상선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었고, 이사진에 손실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영진을 상대로 4500억 원대 주주대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본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은 주주들에게 손실을 배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 측에 손해액을 물어내라는 요구다. 따라서 승소하더라도 쉰들러의 품에 안기게 될 금전적 이득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다음 절차를 위한 작업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만약 법원에서 경영진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후 검찰에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란 해석이다.
결국 만약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쉰들러는 곧이어 주식을 매도하고 떠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가처분 및 본안, 손해배상까지 각종 소송전을 진행하며 이미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취했다.
마지막 수단으로 여겨지는 손해배상소송마저 수포로 돌아간다면 굳이 주식을 짊어지고 있을 필요성은 크게 떨어진다. 물론 아직까지 불과 1심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은 한참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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