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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그나그룹, 금융위 '들었다 놨다' 시그나 요청에 보험인가제 발빠른 변경…금융위 "시그나 움직임없어 답답"

윤 동 기자공개 2015-07-13 11:07:19

이 기사는 2015년 07월 1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라이나생명보험의 대주주인 글로벌 보험사 시그나그룹이 국내에 여행자보험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이후 시간만 끌고 있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인가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지원했으나 정작 제도 변경 이후 시그나그룹은 '타진하기만 했던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난 모양새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아직까지 국내 여행자보험 상품 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이는 올해 초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시그나그룹은 지난해 금융당국에 여행자보험 상품 출시를 타진했다. 당시 시그나그룹은 국내 보험종목 인가 제도가 단일종목으로만 제한돼 있어 여행자 보험 상품 전업사 설립이 불편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보험업법은 단일 보험종목만을 취급할 경우 자본금 50억원의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여행자보험의 경우 상해, 질병, 도난, 책임 등 여러 종목의 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모두 획득하면 자연스럽게 자본금 300억원의 종합손해보험사를 설립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시그나그룹 등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금융위는 제도 개선에 들어갔다. 당시 범정부 차원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규제 혁신에 나선 상황이어서, 외국계 보험사의 문제제기는 시의적절했다. 결국 금융위는 지난 5월 26일 보험업 인가정책을 기존 종목별에서 시장(상품)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3월 금융위원장이 교체되는 내부사정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제도를 수정한 것.

금융위는 인가정책 변경으로 전문 보험사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금융위는 인가정책 변경에 따른 효과 사례로 '상해, 질병, 도난을 종합적으로 포괄할 수 있는 여행자보험 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 판매할 수 있는 보험사가 출현할 수 있다'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다분히 시그나그룹의 여행자보험 상품을 의식한 인가정책 변경이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 보도자료 일부
금융위가 지난 5월26일 발표한 '보험업 인가정책 개선'의 예시.

그러나 금융위의 이 같은 눈에 띄는 지원책 발표에도 시그나그룹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황이다.

시그나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타진만 하는 것이었고 금융위에 강하게 제도 변경을 요구하지는 않았다"며 "금융위가 인가 제도를 완화해주긴 했지만 여행자보험의 시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이번에는 금융위가 답답하게 됐다. 정책을 변경했는데도 불구하고 효과를 체감하는 기업이 없다면 행정력을 낭비한 격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가정책 변경은 이미 모든 종목의 인가를 획득한 국내 종합손보사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그나의 의견을 듣고 제도를 수정한 면이 있으나 굳이 시그나만을 위한 변경은 아니었다"며 "시그나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이 답답한 면이 있으나 다른 외국계나 소형보험사도 혜택을 보는 일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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