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쓰코 여사, 신격호 회장과 무슨 얘기 나눌까 [롯데 왕자의 난]‘골육상쟁' 봉합 적임자, 日 롯데 신동빈 입지 '이상기류' 관측도
길진홍 기자공개 2015-07-31 08:14:47
이 기사는 2015년 07월 30일 1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둘째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가 한국을 깜짝 방문했다. 오후 3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하츠코 여사는 곧바로 신격호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향했다.약 1시간 뒤 호텔에 도착한 그는 몰려든 취재진을 피해 지하주차장 통로로 빠져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숙소로 올라갔다. 정황상 신 총괄회장이 머물고 있는 34층 집무실로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하쓰코 여사는 평소에도 한국을 자주 방문했으며, 그 때마다 소공동 롯데호텔에 머물렀다. 신 총괄회장이 지난 27일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수 차례 신 총괄회장과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관심의 초점은 하쓰코 여사와 신격호 총괄회장과의 밀담에 쏠린다. 형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회장과 일본 경영진의 ‘메시지'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특히 하쓰코 여사는 전날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사람(동빈)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고 폭로하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은 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일관되게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신동빈 회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비록 신 회장이 일본롯데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으나, 신 총괄회장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들어갈 경우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 지배 정점인 광윤사 대표이사로서 여전히 건재하다.
이는 또 일본 내 우호 지분 결집에 나서고 있는 신동빈 회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과반 이상의 우호지분 확보를 자신하고 있으나 주요 주주인 임원지주회와 롯데, 미도리상사 가운데 일부가 등을 돌릴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제로 하쓰코 여사의 이번 방문은 차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 귀국한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남편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돌아온 지 이틀만의 일이다. 신동빈 회장도 이르면 내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그만큼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본 경영진 내부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태가 당초 예상과 달리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든든한 후원자인 '시게미쓰' 가문을 대표해 하츠코 여사가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동빈 회장의 일본 체류 기간이 길어진 점도 현지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일본 경영진은 전후 일본에 무일푼으로 입성한 신격호 총괄회장과 반세기 이상을 함께 한 하츠코 여사가 이번 사태를 수습할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하쓰코 여사는 남편이면서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어떤 얘기를 나눴을까. 두 아들의 골육상쟁을 지켜보는 어머니로서 그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롯데가(家) 갈등은 봉합될 수 있을까.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왕자의 난에 흔들리는 66년 역사의 한일 롯데가 하쓰코 여사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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