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계열, 형제의 난에 공모 기피증 심해지나 롯데쇼핑, 롯데제과 사모채·CP 시동…호텔롯데 사모 조달 '정점'
황철 기자공개 2015-08-03 11:22:56
이 기사는 2015년 07월 31일 1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공모 회사채 기피증이 더욱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2년만에 대규모 사모사채 발행을 재개했다. 롯데제과는 최근 시장에서 보기 드문 만기 1년에 달하는 기업어음을 발행했다.롯데칠성음료, 롯데알미늄, 롯데리아 등도 그룹 내 '왕자의 난'을 기점으로 기업어음 발행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일 롯데그룹의 연결통로인 호텔롯데는 1.3조에 이르는 기업어음을 찍어 민간 최대 규모 발행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룹 전반에서 사모 조달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것.
시장에서는 롯데그룹 내 치열한 후계 다툼이 앞으로 롯데그룹의 공모 기피증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1조 원이 넘는 만기도래 공모채가 쌓여 있지만 정상적 차환보다 사모 시장으로 숨어 들어갈 공산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적어도 형제의 난이 잠잠해 질 때까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공모 시장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 롯데쇼핑 31일 사모채 1100억 원, 롯데제과 1년물 CP 1000억 조달
롯데쇼핑은 31일 사모사채 시장에서 1100억 원을 조달했다. 2013년 4월 이후 2년만이자 역대 두 번째 사모채 발행이다.
롯데쇼핑은 그룹 계열 중 공모채 발행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었다. 상반기에만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7200억 원어치의 공모채를 찍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누가봐도 공모채 발행이 부담스러울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공모채 발행을 위해서는 기업실사, 증권신고서 제출, 직간접적 크레딧 IR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그룹 내 왕자의 난으로 어느 때보다 내부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비교적 상세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공모 조달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제과 역시 조달 전략에 변화를 준 인상이 강했다. 31일 찍은 기업어음 1000억 원 어치의 만기는 1년에 달했다. 장기 CP 규제 이후 만기 1년 초과 기업어음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신고서 면제는 물론 조달 사실을 숨길 수 있는 조건 하에서 최대한 만기를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모 조달에 가장 열심히 나서고 있는 기업 중 하나였다.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공모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2013년 11월 2000억 원의 회사채를 찍은 이후 공모채 시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해부터 6차례에 걸쳐 사모사채로만 5600억 원의 장기 자금을 마련했다.
기업어음 시장에서는 더욱 활발한 조달에 나서고 있다. 거의 2~3일에 한번씩 수천억 원 어치를 발행해 현재 미상환 잔액만 1조2560억 원에 달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2조 원) 다음으로 큰 규모이자, 민간 기업 중 최대 이슈어로 이름을 올렸다.
호텔롯데의 공모 기피증은 금감원의 주주정보 공개 요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013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모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주주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최대주주인 일본 소재 롯데홀딩스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는 선에서 정정공시를 마무리했지만 호텔롯데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과정이었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의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가 19.2%의 지분을 들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주주의 정체는 사실상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번 왕자의 난 과정에서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경우 호텔롯데의 지분관계 역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호텔롯데가 정보공개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사모시장으로 더 깊숙이 숨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 호텔롯데 기업어음·사모채 빅이슈어 등극 '필연적'
롯데그룹 비금융 계열사 공모 회사채(SB)는 연내 1조700억 원 어치가 만기도래한다. 8월 롯데쇼핑과 롯데알미늄이 각각 3500억 원, 3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10월에는 롯데케미칼 3000억 원, 롯데건설 1500억 원 어치의 채권 만기가 기다리고 있다. 11월 롯데렌탈이 1400억 원, 12월 롯데제과도 1000억 원씩을 상환해야 한다.
롯데가(家) 형제의 난이 장기화할 경우 사모사채나 기업어음 등의 발행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롯데그룹 기업어음 미상환 잔액은 3조8526억 원(12개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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