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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산은, 금호산업 가격 결국 내리나 높은 가격은 책임론 피하려는 '명분 만들기'…협상 과정서 가격 조정할 듯

안경주 기자공개 2015-08-04 09:42:14

이 기사는 2015년 08월 03일 1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호산업 매각가격 산출을 주도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결국 금호산업 매각 가격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거래를 무산시킬 수 있다는 안팎의 지적이 영향을 주고 있다. 아울러 당초 미래에셋이나 산은은 명분을 쌓기 위해 높은 매각 가격을 주장했던 것이었고 협상 과정에서까지 극단적 주장을 반복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정황도 속속 파악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3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측에 제시한 가격은 언제든지 협상 과정에서 낮아질 수 있다"며 "이번 협상에서 미래에셋이 제안한 가격을 고집하지 않고 (채권단과 박 회장측) 의견이 수렴되면 채권단 안건으로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산은은 채권단 의견을 모았으나 중지가 모이지 않자 미래에셋이 평소 피력했던 주당 5만9000원을 매각 가격으로 확정해 버렸다. 이 가격으로 환산을 할 경우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 보유 금호산업 지분(50%+1주)을 사는데 약 1조213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보다 약 3배가 높고, 회계법인이 실사한 적정 매각 가격의 약 2배 수준이다.

박삼구 회장의 조달 능력으로는 산업은행이 제시한 이 가격으로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것은 무리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제3자 매각이 추진되지만 거래 흥행을 장담하지 못해 매각전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었다.

각계에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인해 거래가 무산되고 결국 금호산업 매각전이 공회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제기해 왔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거래가 빨리 이뤄지는게 다른 채권은행들의 바람이고 이런 의견을 전달했다"며 "산은이 미래에셋이 원했던 가격을 박삼구 회장에게 제시한 탓에 자칫 매각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다른 채권은행들도 금호산업 매각전 장기화는 채권은행들의 채권회수에 그리 좋은 그림은 아니라는 데 동의하는 편이었다.

이런 의견들이 전달되면서 산은 역시 기존 강경했던 자세에서 한발 물러나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다. 금호산업 매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매각 가격을 굳이 낮출 이유는 없었고 그래서 처음부터 높은 매각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다른 채권은행에 알렸던 것으로 안다"며 "협상을 해 가며 매각 가격 조정은 처음부터 가능하다고 생각됐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미래에셋이나 산은이 공정 거래의 명분을 쌓기 위해 높은 매각 가격을 주장했던 것이었고 협상 과정에서까지 극단적 주장을 반복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 한 관계자는 "1조원 이상에 팔리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1조원을 넘게 받겠다는 게 아니다"며 "최초 협상부터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매각 당사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이 매각 협상을 주도하기보다는 펀드에 돈을 댄 LP(유한책임투자자)에게 어쩔 수 없는 손실이었다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높은 가격을 받고 팔겠다는 의사를 산업은행에 제안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해야하는 미래에셋 입장에서 은행을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미래에셋의 태도를 보면) LP에게 충분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일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단적인 예로 2011년 미래에셋PEF의 타이틀리스트 인수가 대표적이다. 미래에셋PEF는 휠라코리아와 컨소시엄을 맺고 12억2500만 달러에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했다. 이 때 산업은행이 금융주선을 통해 5억 달러를 모집해 줬다. 당시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자금조달이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이 좋은 투자 건을 가져왔기 때문에 은행들도 참여하는 것"이라며 "미래에셋과 은행들 간 상생하면서 성장을 했지만, 은행의 참여가 전제되는 만큼 미래에셋이 은행을 배제하고 독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호산업 매각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산은이 거래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정상적인 매각 가격 고수로 거래가 무산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기류도 채권단 내에서는 적지않게 제기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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