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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미래에셋 돌출행동, 금호산업 거래무산 유도 박삼구 회장에 시장가 세배 넘는 가격 제시…'보이지 않는 손' 개입했나

문병선 기자공개 2015-07-24 10:33:44

이 기사는 2015년 07월 23일 1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과 미래에셋그룹의 돌출행동에 금호아시아나그룹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 금호산업 다른 채권은행들도 충격에 빠졌다. 예상보다 높게 평가된 실사 가치도 문제려니와 실사 가치만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또 덧붙여 도출한 최종 거래 가격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과의 거래를 무산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당장 여기저기서 제기된다.

23일 금융권 및 재계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다른 채권은행의 동의없이 미래에셋그룹과의 협의만으로 박삼구 회장에게 1조213억원의 거래 가격을 제시했다.

채권단 핵심 관계자는 "(금호산업 채권단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결론을 짓지 못해 다른 채권은행들은 산업은행에 거래를 위임했고 박삼구 회장에게 제시된 가격을 이날 통보만 받았다"며 "다른 채권은행들이 산은에 이의를 제기해도 바뀌지 않는 상황이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한 건 이 거래를 깨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뒷배경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앞서 삼일회계법인 및 안진회계법인에 약 두 달간 금호산업 실사를 의뢰했고 매각 적정 가치를 구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최종 도출된 실사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삼구 회장에게 거래 가격을 제시하고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실사 결과 금호산업 기업가치는 주당 3만1000원, 총 5300억원 가량으로 도출됐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30~40%를 더할 경우 6890억~7420억원의 가격이 제시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산은과 미래에셋이 박삼구 회장에게 제시한 가격(1조213억원)은 이런 시장의 예상가격보다 46%나 높다.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3200억원 가량의 시세가 형성돼 있는 금호산업 지분(50%+1주)을 이의 세 배가 넘는 1조213억원을 주고 사야하는, 매우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당장 채권단 내부에서도 산은과 미래에셋의 결정이 지나치다며 그 뒷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 채권단 다른 관계자는 "지난 5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금호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산은 실무팀이 거래 막판 박삼구 회장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을 제시한 것은 놀랄만한 변화"라며 "미래에셋을 앞세워 금호가 받으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계속 요구하는 건 산은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데, 산은이 이렇게 까지 무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권단 또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 왜곡돼 보이는 가격을 제시하려면 뭐하러 실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배임 문제 때문에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 지난 5년간 배임 이슈는 꺼내지도 않다가 뒤늦게 배임 운운하는 건 핑계이고, 주가보다 세배 이상의 가격을 요구한다는 건 배임 이슈가 아닌 다른 차원의 배경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온 산은이 박삼구 회장과의 거래를 무산시키기 위한 행보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회장이 받아들이기 힘든 가격을 제시해 그의 우선매수권을 무력화시킨 뒤 새로운 인수자를 상대로 매각 작업을 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최근 미래에셋이 1조원이 넘는 가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기류가 있다"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거래 뒤틀기로 보인다"는 지적을 자주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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