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證 주관 딜레마, 롯데 정책본부의 고민 [호텔롯데 IPO]국적 논란에 日기업 선정 역풍 우려…일본계 지분 축소 취지에도 어긋나
민경문 기자공개 2015-08-20 06:31:00
이 기사는 2015년 08월 18일 1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연 노무라증권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인 호텔롯데 상장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까. 그 동안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롯데그룹과 꾸준히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온 노무라증권이지만 호텔롯데의 상장 주관 지위를 따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롯데에 대한 국적 논란이 벌어진 상황에서 국민 정서를 거스르면서까지 일본기업 노무라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할 지가 미지수다. 여기에 노무라의 역할이 결국 일본계 자금을 끌어오는 것인데 이는 일본계 지분율 축소라는 호텔롯데의 상장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호텔롯데의 예상 시가총액이 20조 원을 넘나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주관사 선정 역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롯데 측은 조만간 국내외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돌릴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계 증권사 중에서는 2006년 롯데쇼핑 상장 주관사였던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과 함께 도이치증권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롯데그룹의 굵직굵직한 자금 조달 거래에 항상 이름을 올려놓을 정도로 신뢰를 쌓아왔다. 롯데쇼핑의 IPO 뿐만 아니라 2011년 1조 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 발행을 이끌었으며, 올 들어 롯데호텔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주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신 회장이 첫 직장으로서 1981년부터 6년간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 근무했다는 점도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의 아들 신유열 씨도 현재 노무라에서 근무 중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노무라증권의 경우 국내로 따지면 임원에 해당하는 현지 부장급 인력이 한국에 건너와 신동빈 회장에 직접 보고할 정도로 롯데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킬레스건은 노무라증권이 일본기업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불투명한 지배구조 이슈와 함께 국적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국민 다수의 반감을 사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많은데 하필 일본기업을 주관사로 선정하느냐는 비판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공모 규모가 조단위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할 때 막대한 수수료 지급도 불가피하다.
롯데로서는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할 경우 일본 내 공모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롯데그룹이 기본적으로 일본 태생인 만큼 해외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일본 자본력의 힘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을 통해 현지 기관투자가를 모집하면 공모 흥행에 적지 않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호텔롯데의 상장 취지에 근본적으로 역행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이번 상장을 계기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주 발행은 L투자회사 등을 필두로 하는 기존 일본계 주주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겠지만 노무라증권을 통해 유입되는 또 다른 일본계 투자금이 이를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이봉철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사장을 중심으로 주관사 선정 등 호텔롯데 상장을 총 지휘하고 있다"며 "현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정책본부 입장에서는 노무라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뽑을 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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