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연금계좌, 기금 합동운용 방식 채택 연금판 ISA 탄생할 듯…사적연금법 제정 추진할 듯
이충희 기자공개 2015-09-01 10:55:24
이 기사는 2015년 08월 2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개인종합연금계좌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개인종합연금계좌를 통해 사적연금을 일종의 기금 형태로 운용하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하나의 계좌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사적연금법'을 새롭게 제정하겠다는 의지도 포착됐다. 내년 초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슷한 연금판 ISA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연금, 하나의 기금으로 합동운용…사적연금법 제정"
26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연금을 하나의 기금으로 합동운용하게 되면 비용이 절감되고 투자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 "사적연금과 관련된 기본적인 법률을 만드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적연금법'을 새롭게 제정하려는 이유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각각 다른 법에 의거해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퇴직연금법, 개인연금은 자본시장통합법 적용을 받는다. 정부는 사적연금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개별법을 모두 손대야 하기 때문에 개인종합연금계좌를 만들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는 기금형 운용방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개인종합연금계좌를 통해 모은 자금을 운용할 새로운 연금사업자를 선정하고, 기금이 한꺼번에 운용되도록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개별회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합동운용을 구상한다면, 일종의 하우스별 연금펀드 상품 정도로 밖에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ISA처럼 예·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을 하나의 계좌에 담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은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려놓고 있다. 현재 개인연금은 신탁, 펀드, 보험 등으로 각각 따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어 하나의 계좌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기가 어려웠다.
각각의 개인연금 상품이 받고 있는 세제 혜택은 통합계좌에 최대한 적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종합연금계좌에 개별 상품의 세제지원도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형태로 구상한다"며 "상품을 종합계좌에 담고 여기에 세제지원이 함께 지원될 수 있도록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금 운용방식, 자본시장 활성화에 기여
정부가 사적연금법을 제정하면서까지 개인연금 시장을 키우려는 것은 기금형 운용을 통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꾀할 수 때문이다. 금융위에서 개인종합연금계좌 도입을 처음 언급한 것도 24일 개최한 금융시장동향 점검회의를 통해서였다. 이날 회의는 최근 중국증시 폭락과 북한 포격도발 악재가 겹치면서 시장에 퍼진 증시 변동성 우려를 축소하기 위해 열렸다.
개인연금 적립금은 매년 성장하고 있어 시장에 유입될 경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연금저축 적립금은 총 101조 원 정도로 전년 90조 원에 비해 12.3% 증가했다. 최소 수십조 원에 이르는 사적연금이 기금 형태로 운용되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이 탄탄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정착되면 퇴직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근로자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할 대표적인 상품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한 우리나라 퇴직연금 도입률은 전체 사업장 대비 16.3%, 가입률은 전체 상용근로자 대비 51.6%에 불과했다. 지금까지의 개인연금은 저소득층일수록 가입률이 낮아 은퇴 노인들의 양극화 우려를 심화시켜왔다.
정부의 구상에는 궁극적으로 국민연금처럼 기금형태로 만들어 자본시장 활성화와 노후소득 보장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현재의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를 포괄하는 큰 개념의 종합연금계좌로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개인연금종합계좌는 연금저축계좌는 물론 퇴직연금계좌 중 IRP 계좌를 포괄하는 연금계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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