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불확실성 가속, '현금왕' 롯데도 흔들릴까 [그룹조달&신용이슈]지주사 전환 비용 7조, 계열사 크레딧 압박 우려…CP위주 조달 전략, 유효성 관건
민경문 기자공개 2015-09-08 06:32:00
이 기사는 2015년 09월 04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가 투명성 제고라는 기치를 내걸고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지만 호텔롯데 상장을 제외한 구체적인 밑그림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배구조 변화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롯데 계열사 신용도와 자금 조달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특히 순환출자 해소에 7조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및 계열사에 직간접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그나마 롯데그룹이 우수한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기업어음(CP) 위주의 조달을 근근히 이어나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유효할 지는 미지수다.
◇지배구조 재편, 자칫 시장에 불확실성만 높일수도...7조 비용 마련도 관건
롯데그룹이 지난달 중순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밝힌 이후 실질적인 액션을 취한 것은 호텔롯데 상장 작업과 롯데건설의 롯데제과 지분 매각 정도다. 일단 연내 순환출자 80% 해소 및 지주회사 체제전환이라는 큰 그림만 그려져 있을 뿐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추가 계열사 상장 및 분할·합병 방안 등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시나리오 수준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계열사들의 크레딧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으로 모기업 지원 여력이 바뀌기라도 할 경우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종속회사의 상장으로 보유 지분 가치가 올라갈 경우 해당 계열사들은 재무여력 개선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당장 블록딜 등에 의한 일정 수준의 현금 유출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롯데 측이 밝힌 지주사 전환 비용은 약 7조 원 가량. 호텔롯데의 신주 발행을 통해서만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는 결국 주요 계열사들의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고, 자칫 개별 신용도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사비를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긴 했지만 언제까지 오너가 직접 나설 지도 의문이다.
설사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한다 한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는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지금 당장은 신 회장 중심의 '원롯데'로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언제든 반격에 나설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신용평가사들도 향후 진행상황을 모니터링해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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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후 공·사모채 '올스톱', 정보공개 최소화
롯데그룹 전반의 불확실성은 계열사들의 조달 전략 변화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매년 2조 원에 달하는 비금융 일반 회사채(SB)를 찍은 빅 이슈어집단이지만 최근 들어 계열사 전반적으로 공모채를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춰 신고서 작성에 임하기도 어려운데다 굳이 조달 비용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공모채를 택할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다.
롯데 계열사 공모채는 롯데렌탈이 7월 21일 발행한 2500억 원어치가 마지막이었다.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지난 8월 한달 간은 공모채는 물론이고 그 동안 미즈호 등 일본계 은행에 의존해 왔던 사모사채도 발행이 없었다. 무엇보다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등 매달 1000억 원 내외의 회사채를 찍어 왔던 여전사조차 채권 발행을 중단한 상태다.
연말까지 회사채 만기는 꾸준히 예정돼 있다. 10월에는 롯데케미칼 3000억 원, 롯데건설 1500억 원 어치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롯데렌탈과 롯데제과는 각각 1400억 원(11월), 1000억 원(12월)어치를 상환해야 한다. 롯데 계열사 자금 담당자는 "지금으로선 어떤 공모채 차환 계획도 잡혀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CP 발행에만 '올인'…호텔롯데 IPO, 향후 공모채 조달 관건
현재 롯데그룹의 자금 조달은 오직 기업어음(CP)를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8월 한달 동안 무려 1조 5000억 원의 CP가 발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만기가 1년만 넘지 않으면 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CP는 사실상 롯데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조달 수단이다. 롯데 계열사 대부분이 A1등급인 만큼 시장에서 소화되는데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롯데 계열사의 우수한 신용도와 현금 창출 능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CP의존도 심화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회사채 발행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만기 구조 단기화를 감수하면서까지 CP발행을 계속 고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결국 업계에서는 내년 예정된 호텔롯데 상장이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 간 사모채와 CP발행에 주력해 왔던 호텔롯데가 상장을 통해 투명성을 끌어올리고 공모채 발행에 나선다면 여타 계열사의 조달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면세점 재승인 이슈 등은 IPO 흥행을 가로막을 악재로 꼽히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롯데가 내세운 그룹 투명성 제고 방안이 향후 계열사 신용도에 약(藥)이 될 지 독(毒)이 될 지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롯데그룹을 둘러싼 시장 안팎의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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