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9월 14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주 전 저축은행중앙회가 약 7년만에 임직원 단합을 위한 운동회를 농협은행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했다. 6개 조로 팀을 나누어 발야구, 줄다리기, 미니축구를 하며 오랜만의 임직원 전체 모임을 갖고 회포를 풀었을 것이다. 그러나 식사 자리에서 만난 저축은행중앙회 한 직원은 운동회 개최가 알려지는 걸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 그의 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수많은 저축은행 고객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는데 너희들은 운동회를 할 기분이 드느냐는 비난을 받을 것이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SBI저축은행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사들였으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실을 메우느라 일본 대주주로부터 1조 3000억원을 새로 수혈받아 정상화를 이뤄냈다. 우리나라의 어떤 저축은행 오너 또는 대주주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다. 2013년 회계연도까지 수천억원의 손실이 이어지다가 올해 들어서 간신히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조금씩 지급했다. 그런데 이 업체를 두고도 세간의 입방아는 가만히 있질 않았다. "벌써 잊었느냐"는 것과 "이제 이익이 나면 고금리로 번 돈을 일본으로 가지고 갈 일만 남은 것 아니냐"는 게 회사 임직원의 가슴을 할퀸 대표적인 말이었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만난 OK저축은행 관계자는 "안산 지역에서 영업 차를 몰고 나갈 때면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가게 주위에 주차하지 말라는 말을 예전에 자주 들었다"며 "지금이야 OK저축은행이 다양한 지역 사업에 동참하고 친밀해지다보니 그런 일이 거의 없으나 아직도 대부업체로 보고 째려보는 눈초리를 받는다"고 했다.
2011년 이후 벌어진 저축은행 사태는 우리나라 금융 역사에서 일어나선 안될 초대형 금융사고였다. 피해자들만 수천명이다. 구속 수감되거나 옷을 벗은 담당 공무원 및 준공무원 수도 적지 않다. 저축은행에 전 재산을 맡겼다 떼이고 집안이 풍비박산난 사례도 자주 등장했다. 솔로몬저축은행피해자모임, 토마토저축은행후순위채피해자소송카페, 삼화저축은행예금피해자대책모임, 에이스저축은행피해자모임, 부산저축은행후순위채권피해자대책모임 등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는 온라인카페가 즐비하다.
예전의 안좋았던 기억이 업계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저축은행 업종에 새로 진입한 대주주는 물론 간신히 직장을 찾아 저축은행에 갓 입사한 신입 직원까지 과거 일부 선배가 저질러 놓은 악행 때문에 죄인의 '멍에'를 쓰고 있는게 지금의 저축은행 업계 현실이다. '일본계, 토종계'의 국적 비방과 '대부업이 뿌리인 업체' 운운하는 출신 논란이 업계의 주요 이슈가 된 이유도 따지고보면 우리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려는 안간힘일 지 모른다.
저축은행이 우리의 금융 시스템과 우리 사회의 안전망 안에 잘 스며들도록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줘도 될 때가 아닐까 싶다. 지난 수년간 아우성치는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를 피해다니며 모임에서 명암도 잘 건네지 못했던 사람들이 저축은행 업계 종사자들이다. 수요가 있으니 '고금리' 장사를 하는 저축은행도 존재한다. 저축은행을 비리의 온상 쯤으로 여겨 '연좌제'를 적용하는 건 사회의 비용을 키우는 일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7년만에 운동회를 연 저축은행중앙회에 칭찬을 해 주어도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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