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 실패가 그림자금융 키웠다" [2015 THE NEXT]차오 시 홍콩 중문대 교수
강예지 기자공개 2015-09-18 18:12:48
이 기사는 2015년 09월 18일 18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림자금융이 부상한 이유는 정규 은행업의 실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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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교수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4조 위안화의 대규모 경기부양을 발표했지만 지방정부는 예산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했다. 부족한 예산이 약 3조 위안이었는데 결과적으로 2009년~2011년까지 중국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엄청난 규모로 늘었다.
시 교수는 "한 해 동안 9조8000억 위안의 신규 신용이 생겼다. 이는 중앙은행이 발표한 부양책의 10배"라며 "은행업에서 폭발적으로 신용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신용이 팽창하는 한편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2009년 당시 은행 감독당국이 요구한 자본적정성 비율은 11.5%였다.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신용이 대거 공급되는 가운데 은행 감독규정은 까다롭게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부실화된 자산을 규제 사각지대의 금융기관으로 옮겼다.
시 교수는 "대출자산이 신탁회사로, 또 증권회사로 옮겨갔다. 증권사 규제가 2012년부터 엄격해지자 2014년에는 보험회사로 옮겨갔다"며 "매각대상을 바꾸어가며 규제 차익을 누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시지는 명확하다"며 "은행이 그림자금융의 확대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시 교수는 수요와 공급이 맞물린 점도 중국 그림자금융이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시 교수는 "중국의 은행금리는 오랜 기간 엄격하게 통제되어 낮은 이자로만 금리를 제공했다. 중국 금리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고려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다"며 "예금자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을 찾아 저축하고 싶었을 것이다. 수요가 있었고 공급도 있었으므로 그림자금융이 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발표 전문.
그림자금융은 최근 핫(hot)한 주제. 그림자금융은 중국에서는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2014년 7월 3일자 기사는 중국 그림자금융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 '중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 그림자를 보라'라는 제목. 한 달 전 FT도 언급. 중국 그림자금융이 정부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는 제목. 여러 그림자 금융기관이 있고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내용. GDP를 기준으로 세계 2대 강대국임에도 그림자금융이 중국 경제에서 크게 대두되고 있다.
중국에서 그림자금융은 모든 종류의 비은행적 금융을 포함하는 단어로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웰스매니지먼트 그리고 대출. 은행이 아닌 신탁회사가 제공하는 대출로, 신탁회사가 상업은행업을 하고 자산관리·운용을 하는 기관들이다. 법적으로 신용 제공이 가능하고 대출 취급이 가능하다. 중국에만 있는 위탁대출이란 것도 있다. 1994년 중국 법에 따르면 대출은 은행과 금융제공회사 2개 금융기관에서만 취급한다. 기업 대 기업 대출은 금지돼있고 한 회사가 다른 회사에게 대출을 제공할 때 은행을 경유하는 것을 위탁대출이라고 한다. 중국의 특이한 신용대출 상품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도 있다. 그림자금융을 포함한 민간대출은 비은행적 형태로 잘 일어난다.
그림자금융을 이해하기에 앞서 상업은행이 오랫동안 중국 금융산업을 지배해왔고 국영은행이 지배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신용의 80%를 은행 혹은 은행 관련 기관들이 그림자금융을 포함해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을 이해하라.
그림자금융의 구체적 사례로는 자산관련 프로그램인 WMP가 있다. WMP는 인기가 많고 자주 볼 수 있다. 사진자료는 WMP 상품들을 제시하고 있는 은행의 모습이다. 투자위험이 낮고 원금을 보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은행예금이 아니고 투자상품임에도 수익이 높다고 썼다.
규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국영은행은 일부 자산 혹은 일부 대출자산을 제 3자에게 보내고 싶어한다. 신탁회사는 은행에 연결된 경우가 많다. 여러 대출자산을 한꺼번에 받거나 대규모 대출을 받아 매입을 하게 된다. 신탁회사는 개인 부호를 대상으로 매각대금을 유치한다. 이 고객들은 궁극적으로는 은행의 고객이다. 대출자산을 매각하고자 했던 은행이 대상으로 하는 고객이다. 유동화와 비슷한 순환구조다.
대출자산을 인수받으면 작은 단위로 다시 포장한다. 개인들이 투자하도록 쪼개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금을 대체할 상품이다.
두 번째 질문은 '얼마나 큰 시장인가.' 아무도 모른다. IMF와 UBS, FSB 등 다양한 기관에 따르 등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서 81%까지 다양하다. BBVA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기준 전체 그림자금융의 규모는 중국 GDP의 160%에 달한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급성장중이다. 자료의 주황색 선은 지난 5년간 연평균 증가율이다. 전반적으로 하향하는 추세임에도 수치 자체는 높다. 이렇게 빠르게 증가하게 된 이유는 뭘까.
법적 측면에서 그림자금융이 부상한 이유는 정규 은행업의 실패때문이라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 또다른 답변은 공급과 수요 측면이 있다. 공급이 많고 상당히 많은 수요가 있다. 수요·공급 양쪽에서 그림자금융이 일어나고 있다.
규제적 측면을 보자. 중국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4조 위안화의 대규모 경기부양을 발표했다. 4조 위안화의 부양책을 도입한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로 많은 돈을 받겠다고 기대됐으나 사실 그러지 않았다. 중앙정부는 이 4조 위안화를 단지 재정집행을 통해서만 하려고 했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다른 경기부양은 거의 지방정부가 충족시켜야 했다. 예산 구멍이 3조 위안화 정도였는데 다른 곳에서 조달되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2009년~2011년에 걸쳐 중국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엄청난 규모로 늘었다.
한 해 동안 9.8조 위안화의 신규 신용이 생겼다. 중앙은행이 발표한 재정부양책의 10배다. 은행업에서 폭발적으로 신용이 증가한 것이다.
은행의 대차대조표가 늘어난 한편 규제는 보다 엄격하게 도입됐다. 은행 자본적정성 비율을 높였다. 2009년, 2010년 은행업 감독당국이 요구한 자본적정성 비율은 11.5%로 양호한 수준이다. 유럽과 미국이 바젤III를 조속히 도입하려 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중국 은행업 감독당국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으로 도입했다.
확정적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신용이 대거 공급되고 은행 대차대조표가 크게 확대되고 있었던 상황.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 감독규정이 타이트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대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거나 대차대조표 상의 장부를 부외로 돌리는 것이었다. 전자는 대안이 아니었다. 2008년~2011년 시장이 약세였는데, 은행 자본적정성을 고려할 때 필요한 자금은 8000억 위안화였다. 이를 조달하려면 상해지수가 30~40% 폭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므로 후자, 부내 자산을 부외로 옮기는 것이 실질적 대안이었다.
은행이 어디에 자산을 보내야 할까. 장기의 부실화된 자산을 누구에게 매각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답하자면 규제를 덜 받는, 규제 사각지대의 금융기관에 보내면 된다. 다른 시장에서도 이러한 행태가 나타난다.
대출자산이 신탁회사로 갔으나 엄격한 규제를 받자 증권사로 갔다. 이후 증권사 규제가 2012년부터 엄격해지면서 2014년에는 보험사로 옮겨갔다. 매각대상을 바꾸어가며 규제 차익을 누렸던 것.
메시지는 명확하다. 은행이 이러한 그림자금융의 확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나. 은행 금리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엄격히 통제됐다. 낮은 이자로만 금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 금리와 CPI를 비교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였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예금보다 다른 대안을 찾아 저축하고 싶었을 것이다. 수요가 있었고 공급도 있었으므로 그림자금융이 부상하게 됐다.
그렇다면 그림자금융은 나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중국에서는 답이 결정되지 않았다. 중국증권감독위원회의 샤오강은 '그림자금융은 악'이라고 한다. 그림자금융이 폰지 스킴이라고 말한다.
한편으로는 중국 신용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긍정적 효과도 있다. 국영기업은 대부분 신용을 받고 만기가 연장되지만 실물경제의 주체인 중소기업 등은 공급이 부족하다. 그림자금융을 통해 민간부문의 부족분을 채워나가고 필요한 신용을 공급한다.
결론적으로 규제가 어떤 역할을 할까. 간단하다. 규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림자금융의 위험을 보면 만기에 미스매치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금융산업의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약 19%가 인프라로, 9%는 부동산으로, 9%는 유가증권시장으로 간다.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은 프로젝트나 투자처로 가는 것이다.
금융상품은 어떻게 포진돼있나. 자료를 보면 유동성의 미스매치가 심각하게 벌어져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중국 금융감독당국은 성실하게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은행과 감독당국이 초단기 만기의 상품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가 이 같은 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중국 경제 둔화가 이유중 하나다. 일본과 한국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면 경제 둔화는 결과적으로 그림자금융 기초자산의 대규모 부도를 일으킨다.
한 중국 경제학자는 그림자금융이 제일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은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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