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2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SK케미칼 지분 0.29%를 장내에서 매각했다. SK케미칼이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이후에 주식을 처분한 점이 관심을 끈다.

국민연금은 지난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지난달 25일 현재 SK케미칼 보통주 214만 1683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통주 기준으로 지분율은 10.28%다.

SK케미칼이 2000억 원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지난달 22일 기준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은 220만 3045주(10.57%)였다. 사흘 사이에 6만 1362주(0.29%)를 처분했다.

국민연금이 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고 파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다만 SK케미칼의 경우 지난 8월 13일 이후로는 매매가 없다가 증자가 결정된 9월 22일 직후 처분이 이뤄졌다. 증자 참여 여부와 관련해 여러 해석을 낳게 만드는 부분이다.

국민연금은 SK케미칼의 2대주주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사재 377억 원을 출연해 SK케미칼 주식 62만 3000주(2.99%)를 매입하기 전까지는 최대주주였다. 국민연금의 증자 참여 여부에 따라 모집총액과 실권주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증자 납입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닌 만큼 주식 처분에 따른 지분율 하락은 개의치 않을 거란 관측이다. 국민연금이 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약 170억 원이 필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예전에 GS건설이 증자를 추진할 때도 주식 일부를 매각한 후 참여한 사례가 있다"며 "단순 투자 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는 만큼 증자 납입금 마련을 위한 조치라고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증자 참여 여부와 상관 없이 최대주주인 최창원 부회장과 적정한 지분 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했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SK케미칼의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제기되는 지배구조 우려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최 부회장과 국민연금의 SK케미칼 지분율은 각각 14.68%, 10.57%다. 지분율 격차는 4.11%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이 증자에 불참할 경우 격차는 5.23%로 벌어진다.

국민연금의 증자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에도 아직까지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 배정 기준일(주주확정일)인 오는 16일 전에는 확실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증자 참여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실권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로 증자 불참을 결정할 경우 약 29만 279주의 실권주가 발생한다.

다만 대리인들의 결정에 따른 증자 참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통상적으로 자산운용사나 자문사에 투자 주식의 관리를 맡기고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국민연금 계정으로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증자를 실시할 경우 대리인들이 참여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