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05일 06: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년 전 일이다. 증권사의 법인영업담당자와 식사하는 도중 요즘 시중은행이 ELS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국민은행이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점차 다른 시중은행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이 관계자는 지방은행들도 ELS 판매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의 ELS 발행담당자들이 전국 각지의 지점을 돌며 ELS 교육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전해줬다. 개인적으로는 ELS 시장에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ELS 리스크는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올해 상반기부터 현실화되기 시작했다.은행들이 ELS 판매에 주력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예·적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판매보수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ELS 판매보수는 한때 100bp가 넘다가 지금은 50~70bp 수준으로 낮아졌다. 올해 1~5월에 발행된 ELS는 약 40조 원으로 이중 25%인 10조 원이 국민은행을 통해 팔렸다. 국민은행의 ELS 연간 판매량이 20조 원이고 판매보수가 최소 50bp라고 가정할 경우 순이익만 1000억 원이 발생한다.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은 안정성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심지어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는 증권사와 달리 원금이 보장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상당수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은행이 판매한 ELS의 90% 이상은 녹인(원금손실 발생 기준가격)이 설정돼 있다. 원금보장형인 ELB 판매비중은 지극히 미미하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는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똑같은 구조의 ELS에 비해 쿠폰수익률도 낮다. 은행들이 신탁이라는 형태를 하나 더 추가하니 수수료는 많아지고 투자자가 가져가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물론 투자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투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은행조차 굳이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
은행들이 판매한 지수형 ELS도 녹인이 발생하면 원금손실이 난다. 아직 이런 대형 참사가 일어나지 않아 은행들이 ELS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만약 대규모 녹인이 발생해 은행 고객들이 손실을 본다면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은행 입장에서도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했을 것이다. 다만 미래의 손실을 전망하기 보다는 매년 손쉽게 수천 억 원을 벌 수 있는 ELS의 매력이 너무나 달콤했을 것이다. 매분기마다 경영실적을 평가받는 경영진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이 하나 더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증권사를 통해 팔려나간 ELS 고객에 비해 은행의 ELS 고객들은 연령대가 더 높다는 점이다. 50~60대의 고액자산가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들은 은행 한 곳에 금융자산 최소 10억 원 이상을 맡기는 고객들이다. ELS 손실이 현실화된다면 은행들의 영업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을 수수료 수취의 대상으로 여긴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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