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0월 19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안에 산업은행이 보유한 116개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매각 계획을 내놓는다고 한다. 매각 대상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출자전환하며 산업은행이 주인이 된 16개의 회사들과 중소·벤처투자기업 100곳이다.대우조선해양을 포함, STX엔진,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국제종합기계, 넥솔론, 동부제철, 아진피앤피, 오리엔탈정공, 원일티엔아이, ㈜STX, 켐스, 코스모텍, 한국지엠, 한국항공우주산업, 현대시멘트가 여기에 속한다.
이번 매각 계획은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대규모 부실로 3조원대 영업손실을 낸 게 시발탄이 됐다. 출자전환을 통해 지난 15년간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거느린 산업은행의 '관리 책임론'이 불거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뒤늦게나마 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들을 상당수 매각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시한을 정해 매각을 추진하는 등 성과를 내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은 우려된다.
M&A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매각 시한을 정한다고 팔리는 것이 아니다. 한국지엠,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투자 목적을 달성한 비금융자회사를 시장에 내놓는다고 이를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서둘러 매각할 경우 기업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단적으로 한국지엠의 경우 산업은행이 2대주주로 있으면서 대주주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억제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투자 목적을 달성했다고 해서 산업은행이 2대주주로서 역할을 포기한다면 한국지엠의 기업가치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될 수 있다.
중소·벤처투자기업의 경우 투자자 유치가 어려울 수 있다. 시장에서 기업 투자를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는 주주 구성이다. 산업은행이 투자했다는 점만으로도 안정적으로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고,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 당장 산업은행이 매각을 추진한다면 투자자를 제대로 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중소기업의 한숨도 이해가 된다.
산업은행이 팔아야 할 기업 중 대부분은 시장가치가 구조조정 전에 비해 워낙 떨어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해진 시한 안에 가격이 오를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헐값 매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산업은행 입장에선 더욱 매각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
헐값 매각에 대한 면책을 주더라도 살 사람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대우조선, STX조선 등 조선사들이 대표적이다. 업황이 언제 살아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수자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살 사람도 없는데 언제까지 매각을 하라고 기한을 정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
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 매각이라는 원칙을 정한 것은 좋다. 다만 매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현명한 관리·감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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