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04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처음 생겨난 2011년 말 프라임브로커(PBS) 계약을 따내기 위한 종합금융투자업자들(NH·대우·삼성·한국·현대증권)간 경쟁은 치열했다. 시작부터 '우리가 PBS 넘버 1'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사실 5개 종합금융투자업자들이 헤지펀드를 지원하는 능력은 여러 면에서 대동소이했다. 헤지펀드 시장 출범한 지 4년여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도긴개긴'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이 때문에 PBS 계약을 맺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바로 '시드머니'였다. 국내에 헤지펀드가 갓 생겨나 기관투자가들을 모으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펀드를 장기간 지탱할 수 있는 종잣돈을 누가 더 많이 내느냐가 PBS 계약 여부를 갈랐다.
PBS들은 하나의 펀드를 수임하기 위해 200억~300억 원 가량의 시드머니를 제안했다. 그렇게 뿌린 시드머니가 각 증권사당 1000억~15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출범 이후부터 지난해까지만해도 한국형 헤지펀드는 수익률이나 설정액 측면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시드머니에 대한 PBS의 고민은 없었다.
올해는 얘기가 좀 다르다. 하반기 이후 시장 여건이 헤지펀드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들의 성적이 부진하다. 전통의 강호라 불리우던 몇몇 운용사의 헤지펀드는 마이너스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PBS의 시드머니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PBS가 벌어들인 경상이익은 각 사당 200억~3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드머니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허무하게 날아간다. 예컨대 1000억 원 시드머니를 투자해 10% 손실이 났다고 하면 경상이익의 절반이나 3분의 1이 사라진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것이 PBS의 입장이 됐다.
이제 사모펀드 활성화 법안이 시행되면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우후죽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처럼 몇 안되는 헤지펀드를 잡기 위해 시드머니를 마구 뿌렸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시드머니 투자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PBS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시드머니 한도도 대부분 소진한 상태다.
이제는 PBS가 정말 장래가 기대되는 헤지펀드를 골라 그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분별한 시드머니 경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해 본다. 환경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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