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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한 기대와 우려 [thebell note]

박상희 기자공개 2015-12-01 10:25:36

이 기사는 2015년 11월 26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비과세 해외펀드가 7년 만에 부활한다.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해외 주식형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내년부터 다시 도입된다. 해외상장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를 대상으로 매매 및 평가차익, 그리고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비과세 제도는 지난 번에 투자자의 원성을 샀던 부분이 전면 개정됐다. 2007년 도입 때와 달리 환차익에 대해서도 배당소득세를 비과세 하기로 했다. 당시에는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어도 환차익으로 인한 이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했다. 전체 수익률이 마이너스여도 세금을 토해내야 했으니, 투자자들로선 분통이 터질 일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2007년 도입된 비과세 해외펀드는 환차익에 대한 세금 이슈 때문에 추후에 해외펀드 손실상계 제도가 추가로 만들어지는 등 '반쪽 짜리'란 평가가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자본차익(capital gain)뿐만 아니라 환 차익(FX margin)에 대해서도 비과세 하기로 해 투자자들로선 해외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유인이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운용사들도 내년 비과세 해외펀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바삐 움직이고 있다. 아직 커버하지 못하는 국가나 지역에 대한 신규 펀드를 준비 중인 곳도 많고, 어떤 펀드를 전략적으로 마케팅해야 할 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공모펀드 수탁고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이번 비과세 제도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장밋빛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약 10년 전과 비교할 때 공모펀드를 둘러싼 금융환경이 결코 우호적이기 않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펀드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중·후반에는 시장에 딱히 금융 투자 상품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면서 "펀드의 경쟁자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은행의 예적금을 펀드로 돌리는 데에만 신경을 쓰면 됐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처에 펀드 경쟁자가 놓여 있다. 투자자들이 주식형펀드를 위험 상품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중위험 중수익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ELS와 파생결합증권(DLS) 등 국내 파생결합상품 시장 규모는 조만간 10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을 압도하는 규모다.

또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도 강력한 대항마다.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고 투자자들이 무조건 해외 주식형펀드로 몰릴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비과세 해외펀드를 둘러싼 운용사 간 마케팅 승부가 '제로 섬(zero sum)' 게임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규 투자자가 늘어나고, 새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운용사의 투자금을 뺏어오는 양상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비과세 혜택은 기존 펀드에는 해당이 되지 않고, 비과세 전용 계좌를 통해 신규 가입한 경우에만 적용이 된다"면서 "결국은 기존 펀드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그대로 비과세 펀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운용사들이 기존 펀드를 해지한 투자자들을 자기네 상품으로 유인하려는 마케팅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2007년 도입된 비과세 제도는 해외 주식형 시장 규모를 60조 원까지 키우는 데 일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로 펀드 수익률이 반토막 나면서 빛이 바랜 측면이 크다. 이번에 부활하는 비과세 제도로 이득을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해외펀드에 대한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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