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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시장의 또 다른 뇌관 [thebell note]

김기정 기자공개 2015-12-04 17:08:29

이 기사는 2015년 11월 30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가연계증권(ELS)은 올해 자산관리시장에서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주요 기초지수인 HSCEI가 급락하자 처음으로 원금손실 위기에 처한 지수형ELS가 무더기로 등장했다. 예상치 못한 급락장으로 헤지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금융감독당국은 HSCEI 활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놨고, 고유계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호시절을 이어왔던 ELS 시장이 다방면에서 재조명됐지만 채권 운용에 관해서는 지금껏 문제제기가 적었다. 증권사들은 파생결합증권 운용 자산의 절반 이상을 채권으로 채우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그 비중은 80%까지 증가하기도 한다.

증권사들은 헤지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대수익률이 높은 채권을 선호할 수 있다. 특히 대형사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형사는 더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편입 비중을 늘릴 유인이 크다. 신용 스프레드 상승이나 크레딧 이벤트가 ELS 시장에 직격타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간한 이슈노트에 따르면 파생결합증권 헤지 운용 채권 중 AAA등급 채권 비중은 2010년 말 43.2%에서 지난 3월 말 25.8%로 크게 줄었다. 반면 AA등급과 A등급 이하 채권은 각각 6.2%포인트, 10%포인트 상승한 30.2%, 17.4%를 기록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A등급 이하 채권 비중이 3월말 현재 23.5%에 달한다.

그 중요도에 비해 크레딧 관리가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LS 헤지 운용은 하우스별로 업무 분장이 상이하고 한 하우스 내에서도 공사별, 규모별로 FICC부서, 채권운용부서, 에쿼티운용부서, 영업부서 등 다양한 곳에서 나눠 맡고 있다. 채권 운용을 에쿼티운용부서에서 맡아도 역량이 충분하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게 문제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형사 중에서는 에쿼티 담당자가 채권 운용도 겸업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ELS는 자산관리 시장뿐 아니라 증권업계를 비롯해 은행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만큼 대폭 성장했다. 금융감독당국이 ELS 시장의 잠재 위험을 우려해 증권사 레버리지 규제 카드를 꺼냈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ELS는 주가지수, 옵션 및 선물 시장처럼 겉으로 보여지는 것뿐 아니라 채권 시장과도 긴밀히 연결돼있다. 저신용등급 채권 운용이 더 확대될 경우 증권사가 유동성 조달이 어려워지고 지급결제시스템까지도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 채권 운용에서의 잠재 위험이 업계의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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