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1월 3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5시,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식'.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 범현대가 오너들은 행사 시작 한시간 전부터 식장 앞에 서서 직접 손님들을 맞이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등도 로비에 꽤 오랜 시간 머물며 찾아 온 이들을 반겼다.오너들은 행사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 담소를 나눴다. 각자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현대가'는 아직 끈끈하다는 것을 과시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오너들 사이에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행사에 불참했나' 하는 생각을 하던 도중 행사장 20번 테이블석에 홀로 서 있는 현 회장이 눈에 들어왔다.
현 회장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현대상선 매각하실 건가요? 현대증권은 내년에 매각하시나요? 현대차나 현대중공업 쪽에서 도와주겠다는 말은 없었나요?"
굳게 다문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후 현 회장은 현대그룹 관계자들의 경호를 받으며 식장을 빠져나갔다. 정몽구 회장, 정몽준 이사장과의 접촉은 전혀 없었다.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후 촉발된 앙금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산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명단에서 현대그룹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기념식을 주관한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그룹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거란 이야기도 들린다.
현대그룹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매각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문제는 범현대가의 시숙들이 지원보다는 인수합병(M&A) 등 다른 계산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대그룹은 2013년부터 3조 3000억 원의 자구안을 이행하며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시숙들의 지원이 있었다면 핵심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는 초강수를 두지 않고도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현 회장은 앞으로도 길고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피'가 항상 '물'보다 진한 것은 아닌 듯해 왠지 씁쓸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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