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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이재용', 변화보다 안정 택했다 전자 무선사업부문장만 물갈이, '측근 역할 강화' 승계 리스크 최소화

이경주 기자공개 2015-12-01 15:30:27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1일 11: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세 경영'에 본격 돌입한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대교체'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정기인사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수장을 교체한 것 외에는 큰 폭의 변화를 주지 않았다. 가업 승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쇄신카드를 꺼내기가 부담스러웠다는 평가다.

이재용
1일 삼성그룹은 15명의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확정 발표했다. 승진자는 사장 6명, 부사장 1명이다. 나머지 8명은 보직이 변경됐다. 지난해 사장 승진자 3명, 보직변경이 8명에 그친 것에 비해서는 인사 폭이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예상됐던 쇄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 와병 직전인 지난 2013년 사장단 인사 규모(16명)보다 오히려 작다.

다만 삼성전자 주력사업부 수장을 교체하고 기존 원로들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등 ‘안정 속 변화'를 꾀했다.

이날 삼성전자 IM부문 무선개발실장을 맡고 있던 고동진 부사장은 사장 승진과 함께 신임 무선사업부장이 됐다. IM부문장과 무선사업부장을 겸직했던 신종균 사장은 IM부문장 직위만 유지하며 중장기 사업 전략 구상과 신규 먹거리에 발굴에 주력할 예정이다.

고 신임사장은 갤럭시 성공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기술기획 업무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문의 유럽연구소장을 역임한 후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겨 상품기획, 기술전략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지난해 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으로 부임해 갤럭시 S6, 노트5 등 차별화된 플래그십 모델 개발을 선도했다.

삼성그룹은 "고 사장은 H/W 및 S/W는 물론 KNOX, 삼성페이 등 솔루션&서비스 개발에도 폭넓은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무선사업의 제2도약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오현 DS부문장 부회장과 윤부근 CE부문장은 각각 겸직하던 종합기술원장과 생활가전사업부장 자리를 후배에게 넘기며 역할이 축소됐다.

신임 종합기술원장에는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정칠희 부사장이 낙점됐다. 정 사장은 그룹에서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핵심사업인 반도체에서 LSI개발실장, Flash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 개발 외길을 걸으며 반도체 신화 창조의 주역 중 1명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 말 종합기술원 부원장으로 부임해서는 올레드 Green 인광소재 확보, SUHD TV향 퀀텀닷(QD) 소재개발, 스마트폰용 지문인식 알고리즘 개발 등을 진행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사장의 역할 변화도 주목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과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을 겸직해온 이 사장은 앞으로 윤주화 사장을 대신해 패션부문을 직접 챙기게 된다.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업 승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것이 인사 폭이 크지 않은 이유로 해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이건희 회장 와병 후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방산·화학 계열사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해 지주회사 전환의 기초를 다졌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누수 없이 상속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상속세는 최소 6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이유는 승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체질개선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앞으로도 중공업과 건설 등 자산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지주회사 전환 작업도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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