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이경섭' 선택한 이유 조직쇄신, 농협중앙회와 원만한 관계 '양수겸장'
안경주 기자공개 2015-12-10 10:13:52
이 기사는 2015년 12월 09일 1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경섭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이 차기 농협은행장으로 내정됐다. 최근까지 차기 농협은행장 적임자로 이 내정자와 김주하 행장이 경합을 벌였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셈이다.이 내정자는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이 취임한 지난 4월부터 지주 부사장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또 '안정' 보다는 '변화'를 통해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중과 전략통으로서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라는 점 등이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김 회장이 그동안 농협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농협중앙회 입김을 벗어나는 동시에 향후 농협중앙회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묘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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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예상가능했던 일?
농협금융은 9일 오전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이 부사장을 3대 농협은행장으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줄곧 농협에서만 근무한 정통 '농협맨'이다. 농협중앙회 구미중앙지점장, PB사업단장, 회장 부속실장, 중앙교육원장, 농협금융 경영지원부장 등 현장과 본사 업무를 두루 거치며 농협금융 내 확보한 입지를 다졌다.
김 회장의 신뢰가 두텁다는 점이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이 내정자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금융지주 부사장을 맡아 임종룡 전 회장(현 금융위원장)부터 김 회장까지 훌륭하게 손발을 맞춰왔다는 평가다.
김 회장과는 글로벌전략, 성과주의 인사와 효율적 조직문화 정착 등 중점사업을 함께 추진한데다 농협금융의 내년도 경영전략을 짜는 등 업무상 가장 많은 의견을 나눌 수밖에 없었다. 앞서 임 전 회장과는 자산운용전략 마련, 국내 첫 신복합금융점포 도입, 우리투자증권 인수 및 NH투자증권 출범 등 굵직한 현안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사업능력을 보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김 회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 취임 이후 금융권 현안이 많았지만 (이 내정자가) 충실히 보필해 왔다"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연임 불가'라는 농협만의 조직 문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주요 계열사 CEO의 경우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경우를 제외하고 내부 인사가 연임을 한 경우가 드물다. 김주하 행장이 막판까지 경합했지만 이 내정자로 농협 내 분위기가 기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농협금융 부사장을 거쳐 농협은행장으로 가는 일종의 '코스'로 보는 시각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서 김주하 행장도 농협금융 부사장을 거쳐 행장으로 선임됐다.
◇실리 찾은 '묘수'
김 회장이 자칫 농협중앙회와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택한 '묘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의 관례를 보면 농협은행장 선임 때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내년 1월 신임 농협중앙회 회장이 선임될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은 반감돼 있다. 특히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연임이 불가한 상태였다.
김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농협은행장은 법적으로 중앙회장과 관계없이 선임할 수 있다"며 독립적인 인사권 행사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이 자칫 농협중앙회와 껄끄러운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부 농협중앙회 인사들은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업무도 두루 경험한 이 내정자의 선임으로 김 회장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농협중앙회도 만족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인사가 독립적으로 이뤄졌지만 단일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의중도 무시 못하고 이번 인사를 통해 절충점을 찾은 것 같다"며 "앞으로 농협은행장 뿐만 아니라 계열사 CEO 인사가 예정돼 있는데 김 회장의 의지와 영향력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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