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12월 10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7개월 째 계류 중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하 기촉법) 개정안이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행 기촉법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개정안을 한시법으로 통과시키는 형태로 기존 일몰시한 연장 작업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개정안에서는 채권자와 채무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등 법안 통과 시 워크아웃 업계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기촉법 일몰 시한은 오는 31일이다. 기촉법은 매 일몰 시한마다 2년씩 연장돼 왔는데 정무위에서 상시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 정우택 의원 등 23인이 지난 5월 발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5차 법안심사소위에서도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법안 상시화에 대한 우려가 커 개정안도 한시법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잠정적으로 합의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촉법 개정안은 2018년 6월까지 유효한 한시법으로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률 개정에 따른 시행령과 규정 마련 등 후속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2년짜리 기촉법 개정안인 셈이다.

아직 통과 시점은 불투명하지만 기존 기촉법을 연장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내용을 담은 기촉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점에서 법안 시행 시 업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하다. 물론 금융감독원장이 채권자 간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조항이나 워크아웃 약정(MOU) 무산 시 반대매수권청구권은 소급돼 무효가 된다는 파격적인 조항은 빠진다. 워크아웃 중이던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신규로 신용공여를 제공한 채권자의 우선변제권이 인정된다는 내용도 삭제될 것으로 보이지만 개정안이 주요 사안에 있어 기존 기촉법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촉법 개정안은 채권자와 채무자를 포괄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부터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내용"이라며 "시행된다면 업계에 미칠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정안에서 가장 큰 변화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기존 기촉법에서는 채권자를 채권금융기관으로 한정하고 채무자도 신용공여 500억 원 이상인 기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촉법 개정안에서는 채권금융기관 뿐이 아닌 모든 금융채권자가 참여 대상이다. 최근에는 자본시장의 발달로 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으로서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금융의 비중이 줄고 주식, 출자지분, 기업어음, 회사채 등 직접금융이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차입의 증가는 기업의 채권액 중 공제회, 연기금 등 비금융기관 채권자의 채권 비중을 높였다. 은행 등 간접금융을 담당하는 채권자만 포함될 경우 채권자 간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만 워크아웃을 진행할 경우 아무리 기업에 채무조정, 신규 신용공여 등 자금지원을 하더라도 다수채권액을 보유한 비금융기관채권자가 채무를 회수하면 결국 워크아웃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으로 2013년 쌍용건설 워크아웃 실패 사례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당시 채권단은 한 공제회에 1235억 원의 채무상환을 유예해 워크아웃 추진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놓고 갈등이 발생, 워크아웃 추진이 무산됐다.

이외에도 현행법은 채권금융기관을 '국내금융기관'에 한정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의 국내지점이 부실징후기업에 보유한 채권을 해외 본점으로 옮겨 채무를 회수하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게 돼 금융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채권자가 반드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보완이 필요한 내용이긴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주채권은행은 원활한 협의회 운영을 위해 일부 소액채권자의 경우는 제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500억 원이라는 신용공여 한도 규정을 없애 부실 징후가 확인된 모든 기업을 기촉법 적용대상으로 넓혔다. 당초 500억 원이라는 금액을 설정한 데 뚜렷한 근거는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개정 내용에 동의했다. 한도 폐지에 따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신속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촉법 개정안의 파급효과가 클 거란 관측이다.

이외에 기촉법 개정안에는 △반대채권매수청구권 행사 시 청산가치 보장 △금융채권자의 신규신용공여 의무 발생시점을 채권자와 채무 기업의 약정 체결시로 명시 △기업고충처리위원회 설치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대한 채무기업 재평가 요청 △단일 채권자의 채권액 비중이 75% 이상인 경우, 의결 기준에 채권자수 기준 5분의 2 이상 찬성요건 추가 △협의회 의결의 실체적 하자에 대한 법원 소송 제기권 명시 △공동관리절차 기간 3년으로 한정 △워크아웃 또는 회생절차 미신청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주채권은행의 사후점검 의무 △채권자협의회 의결사항 미이행시 위약금 부여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