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證 최저매각가 1.9조로 정한 이유 헐값 매각 논란 피해 유찰 가능성 최소화, 자회사 매각의지 표현
안경주 기자공개 2015-12-30 11:03:09
이 기사는 2015년 12월 29일 07: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부가 보다 높고, 1조 9000억 원 미만' 산업은행이 결정한 KDB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의 최저매각가격이다.이는 시장에서 거론됐던 최저매각가격보다 낮은 수준이다. 매각 과정에서 제기됐던 대우증권 헐값 매각과 배임 논란을 피하고 유찰 가능성을 최소화해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산업은행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에 앞서 최저매각가격을 1조 9000억 원 아래 가격으로 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매각 과정에서 정한 최저매각가격은 장부가를 상회하지만 1조 9000억 원을 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각 대상은 대우증권 지분 43%(1억4048만1383주)와 산은자산운용 지분 100%(777만8956주)이다. 2014년 말 기준 장부가는 대우증권 1조 7758억 원, 산은자산운용 634억 원으로 총 1조 8392억 원이다. 이를 고려해 최저매각가격은 1조8500억~1조9000억 원 사이에서 결정됐다. 이는 장부가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사실상 고려하지 않은 수준이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결정은 헐값 매각과 배임 논란을 피하면서 유찰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우증권 1주당 장부가는 1만 2641원으로, 본입찰 마감(21일) 전인 지난 18일 주당 1만 600원(종가)에 불과했다. 주가가 장부가 보다 16.1% 낮은 상황이었다. 한 때 장부가와 주가가 20%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었다. 이에 시장에서 헐값 매각 논란과 배임 등 법적 시비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다.
산업은행이 장부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최저매각가격을 산정할 경우 유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산업은행 입장에서 장부가보다 낮게 팔면 매각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소한 장부가 이상을 받아야 했고, 입찰에 참여한 후보들 입장에선 주가를 감안하지 않고 가격을 써내기 부담스러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1조 9000억 원이 안 되는 최저매각가격은 장부가 보다 높지만 주가를 기준으로 적정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수준"이라며 "장부가 보다 높은 가격에 판다는 명분과 유찰 가능성을 최소화했다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본입찰에 참여한 4곳 중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만 최저매각가격 아래 가격을 써냈다. 우성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컨소시엄은 2조 4000억 원대를 제시했고, KB금융지주는 2조 500억~2조 1000 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2조 2000억 원대를 각각 적어냈다.
산업은행의 자회사 매각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우증권·산은자산운용 패키지 매각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자회사 매각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매각 흥행을 계기로 비금융 자회사를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매각할 계획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이번 대우증권 매각으로 산업은행이 자회사 매각에 임하는 태도와 의지를 보여줬다"며 "비금융자회사도 (대우증권 매각처럼)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당사자 간 조율을 통해 빠르게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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