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YB가 뛴다]'말고삐' 잡던 막내아들, 면세점 격전지로[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신사업TF '시험대', 새 도전은 '경영 메달'
김장환 기자공개 2016-01-11 08:19:29
이 기사는 2016년 01월 07일 07시1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4년 9월 20일 정오 무렵.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경기장에 검정색 실크햇과 제비꼬리 연미복, 흰색 넥타이·바지를 입은 4명의 남녀 기수들이 말을 타고 들어섰다. 섬세한 승마 기술을 선보여 점수를 얻는 마장마술(馬場馬術) 단체전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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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 임했던 4명의 한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앳돼 보였던 이 남자 기수는 개인전에도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비록 '비인기 종목'인 탓에 중계가 이뤄지지 않아 텔레비전 화면에서 경기 모습을 대부분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소중한 메달을 따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후 이 젊은 기수가 사람들에게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사각의 작은 승마장이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경기가 끝나고 불과 한달 뒤, 그는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룹사 계열에서 '과장'이란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바로 지난 2014년 10월 한화건설에 입사한 김승연 회장의 막내아들 김동선 과장(사진)이다.
1989년생, 이제 27세에 불과한 김 과장의 삶에서 '승마'는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다. 어린 시절부터 말과 함께해 2006년 도하부터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3차례에 걸쳐 국가대표 선수로 뛰었다. 이외 각종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석권했다. 그가 국가대표에서 은퇴했을 때 "젊은 나이에 실력 있는 기수가 물러나 안타깝다"는 승마계의 평가가 나온 것도 괜한 게 아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승마계를 떠나 그가 자리 잡은 곳은 한화건설 해외영업부다. 그의 학력을 보면 해외영업부는 사뭇 어울리는 자리로 볼 수도 있다. 미국 태프트스쿨을 졸업하고 뉴햄프셔주 하노버에 위치한 아이비리그 사립 명문대학 다트머스 지리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설과는 동떨어진 스펙으로 보이지만, 해외 영업에서 기본 바탕인 외국어 능력만큼은 뛰어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김 과장이 한화건설에 입사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공사 현장을 모두 돌아본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이라크 바스마야 신도시 건립 현장에서 4주간 체류하기도 했다. 국내로 치면 경기도 성남시 분당과 맞먹는 규모의 도시를 건립하는 공사로 김승연 회장이 크게 애착을 가진 사업이기도 하다.
지난 1년 여간 한화건설에서 그와 함께 한 주변인들이 기억하는 김 과장은 운동선수 출신답게 호탕하고, 여느 젊은 청년들처럼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이다. 임직원 산행에 동참하는가 하면 다양한 부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 자리도 종종 갖는다. 함께 한 산행 때는 마치 말이 걷듯이 보폭이 워낙 빨라 따라잡기가 어려웠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업무와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면, 여느 신입사원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 과장에게 그룹 회장이자 아버지가 부여한 시험대는 단순 건설업 무에 그치지는 않을 듯하다. 한화가 최근 사업권을 따낸 면세점 구성 테스크포스(TF)팀에 직접 참여했고, 사업 시작 후 만들어진 사업부 역시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갤러리아면세점 63 오프닝식에 참석하며 회사 생활 후로는 처음으로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다.
한화그룹의 면세점 사업은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지난해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며 축포는 터트렸지만, 수익성과 경영 전망 등은 아직까지 어둡다. 여느 신규 사업자들처럼 내로라하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명품이 없이는 면세점의 성공 공식이 이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향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될 과제다.
한화건설을 비롯해 면세점 사업은 이제 막 경영수업을 시작한 김 과장에게는 각종 기술들을 통해 승부를 내야 하는 새로운 승마장이 될 수밖에 없다. 마장마술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 기수는 말의 진직성과 추진력, 군더더기 없는 자연스러운 이행력, 민첩하면서도 침착함을 선보여야 한다. 과거 승마 인생에서 배운 노하우를 기반으로 경영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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