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18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부터 두 개의 M&A 빅딜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각 대우증권과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키로 한 미래에셋증권과 카카오가 그 주인공이다. 거래 가격도 2조 원 내외로 비슷하다. 불황을 이유로 대기업들이 계열사 매각을 통한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주식담보대출을 실시하는 것도 흡사하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개인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조단위 M&A를 성사시켰다. 그래서였을까. 일각에서는 인수가격을 둘러싸고 무리한 거래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박 회장은 인수 결정 이후 기자들을 불러모았다. 장장 2시간에 걸쳐 언론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국내 최대 금융사를 넘어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는 게 요지였다. 그의 말대로 '금융의 삼성전자'로 커갈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창업주로서 대우증권 인수의 명분을 주주들에 심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 같은 장면은 낯설지 않다. 5년 전 미래에셋이 휠라와 공동으로 타이틀리스트 인수에 참여했을 때도 박 회장이 있었다. 기자들 앞에서 M&A의 당위성을 적극 피력했다. 이는 당시 중국 인사이트펀드의 저조한 수익률로 침체돼 있던 미래에셋의 분위기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그는 탁월한 '마케터'였다.
국내 메신저 1위업체 카카오는 36살 임지훈 대표가 이끌고 있다. 물론 로엔 인수 결정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내렸을 것이다. 로엔 인수가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모바일 컨텐츠 플랫폼 성장 동력 확보 및 경쟁력 강화'라는 지난 11일 카카오 공시가 전부다.
애널리스트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이번 딜을 둘러싸고 의견을 쏟아냈다. 상당수는 로엔엔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30배에 달하는 인수가격이 합당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3년 어피너티에퀴티파트너스가 로엔엔터를 사들일 당시 인수금액이 EBITDA의 8배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밸류에이션이다.
만약 김 의장이 인수가 거품을 둘러싼 거래 명분을 직접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반발하는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보다 용이하지 않았을까. 단순 장밋빛 전망 일색인 사업 시너지라고 해도 미래에셋처럼 창업주가 얘기하는 것과 제3자가 얘기하는 건 신뢰의 수준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카카오 최대주주이자 이사회의장의 역할에만 충실했다.
'은둔의 경영자' 김 의장이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국내 최대 메신저 회사를 이끌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모바일 메신저라는 특성상 대면 접촉을 꺼리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 은행, 택시에 심지어 귤 배달까지 나서고 있는 카카오다. 적어도 이 정도 규모의 빅딜을 할 때 만큼은 시장과의 진정성있는 소통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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