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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멍드는 카드사]부실의 씨앗 '정부'가 뿌렸다①당국 규제가 발목.."채찍에 걸맞는 당근이 없다"

이승연 기자공개 2016-01-20 10:42:30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8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주요 카드사 7곳을 대상으로 '2016년 경영위기설'에 대해 설문조사 형식으로 의견을 취합한 결과 모든 신용카드사들은 현 상황을 '명백한 위기'라고 평가했다. 위기의 강도를 1~10단계까지 놓고 평가해 달라는 요구에 8단계와 9단계라고 답한 업체가 28.57%씩을 기록, 가장 많은 답변이 몰렸다. 최대 위기를 가리키는 10단계에 답한 업체도 나왔다.

응답자의 약 71%는 카드 업계 위기 요인으로 '당국의 규제'를 꼽는다.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는 당국의 규제가 신용카드사의 수익성을 옥죄고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시장이 포화 상태라거나 국내외 경기 침체 가능성에서 위기의 이유를 찾는 응답은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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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소영세상인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신용카드가맹점수수료율을 인하했을 뿐인데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올리고도 이 상황을 '위기'라고 판단해 몸을 사리는 신용카드업계는 정말 위기에 빠진 것일까.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는 이유를 규제의 탓으로만 돌리는 기업의 책임 회피 행위 또는 정부를 향한 기망행위는 아닐까.

2003년 카드사태의 시작을 신용카드회사의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행이라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카드업계 전문가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신용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영세업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신용카드결제 수수료율을 대폭 낮추자 신용카드회사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투자회사들이 카드채 인수를 꺼리면서 위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회사의 위험성은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과는 구별되어야 함에도 규제는 과다하게 적용되고 있고 수익원은 과다하게 차단되고 있다"고 했다. 카드회사의 부실화 씨앗은 2003년에도 정부가 뿌렸고 요즘 그 '데자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이들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위기가 아니었던 해는 없었다. 저성장 국면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연초마다 반복되는 위기 의식이다. 신용카드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위기 인식도 어느 때보다 깊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회장은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있다"며 "우리 협회는 지속적인 규제합리화 노력과 함께 여신금융연구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먹거리 연구, 빅데이터, 지급결제서비스, 보안 부문 등에서 회원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은 올해 업계의 상황을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당국 규제에 대한 비판을 슬쩍 비켜가며 위기 의식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것이지만 대다수 신용카드회사 임직원의 위기 인식은 설문조사처럼 '당국의 규제'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업계에 잘 알려져 있다.

◇늘어가는 규제가 카드사 옥죈다

업계는 당국이 매년 습관처럼 규제안을 내놓는 이유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매년 순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업계 내부의 비용 감축 노력과 수익성 확대에 대한 뼈를 깎는 노력은 외면한 채 오로지 개선된 실적 지표만을 통해 '먹고 살만한 업계'라고 판단해버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매년 카드사 규제안을 발표했다. 업계의 과도한 외형 확대를 막기위해 신용카드 발급 억제 정책을 내놓으면서 만 20세 이상, 개인신용 6등급 이내 신용도를 보유한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해놨다. 총 자산이 자기자본의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레버리지 비율 강화를 요구했고 마케팅 비용이 총 수익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막았다. 지난해에는 수익성이 낮은 체크카드에 소득 공제율을 높혀 체크카드 활성화를 도모, 카드사의 순익 감소를 초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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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달 말부터 시행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침은 7개 카드사가 뽑은 카드사 수익성 압박 최대 규제로 꼽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모든 영세·중소가맹점(전체 가맹점의 81%)의 카드수수료율을 동일하게 0.7%포인트 인하하고, 연매출 3억∼10억 원(전체 가맹점의 11%)의 일반가맹점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적정원가를 토대로 결정하되 평균 0.3%포인트 내리도록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수료 인하방안을 발표했다.

카드사들은 1월말부터 가맹점 매출 규모별로 0.5~0.7%포인트를 인하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연간 67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가맹점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변동 요인이 많아 정확한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각사 별로 약 500억~1000억 원 상당의 순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전체 카드사를 통틀어 최대 7000억 원 수준의 순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채찍은 강하고 당근은 적다

물론 규제의 대가 역시 있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5월 카드사의 10년 숙원이라 불렸던 부수업무 네거티브 전환정책을 발표, 먹거리 고민에 빠져있던 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네거티브 전환 정책은 카드사가 부수업무를 행함에 있어 '일부 안되는 것만 규정하고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 카드사는 부수업무 포지티브 정책으로 통신, 여행, 보험대리점 등 한정된 사업에만 진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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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숙원 사업'이란 표현에 걸맞게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7%가 네거티브 전환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있다'고 답하며 새로운 사업다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아직까지 신규 사업진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부수업무 네거티브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양하게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지금처럼 주사업이 위기인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신사업을 추진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발빠르게 신규사업에 진출한 카드사들 역시 아직은 복합할부나 결제플랫폼 등 주업인 카드사업을 근간으로 하는 영역 내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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