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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녹인 확산, 국민은행이 더 긴장하는 이유 ELT 잔액 12조 최대, 90% 이상 녹인 구조 ELS

이승우 기자공개 2016-02-02 10:19:09

이 기사는 2016년 01월 27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급락하자 이를 기초로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한 증권사 뿐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된 주가연계신탁(ELT)만 30조 원에 달하는 가운데 대부분이 HSCEI ELS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국민은행의 긴장감이 최고조다. 다른 은행과 달리 녹인(Knock-In) 구조의 ELS를 많이 판데다 판매 규모 자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와 비교해 은행 창구를 통해 팔린 ELT의 경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아 향후 투자자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LT 판매 과정과 그 결과에 불만을 가진 투자자들이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민은행 ELT 잔액 12조, "너무 많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국민·신한·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ELT와 주가연계펀드(ELF) 판매잔액은 28조 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잔액이 아닌 판매 기준으로 보면 31조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국민은행의 ELT 잔액이 12조 원에 달한다. 4대 은행의 ELT 잔액중 절반 정도를 국민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발행되는 ELS 전체의 20~30%를 국민은행이 쓸어담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은 과거 신탁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대거 판매했지만 최근 몇 년사이 ELT를 통해 신탁을 ELS의 판매 창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규모도 규모지만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국민은행 ELT에 편입된 ELS의 구조다. 국민은행 ELT에 포함된 ELS는 종목형에 비해 안정적인 지수형이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노녹인(No Knock-In) 구조보다 높은 녹인(Knock-In) 구조가 대부분이다. 증권업계의 집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ELT의 90% 이상 즉 10조원 이상이 녹인 구조의 ELS다.

지난 6월 판매된 국민은행 특정금전신탁 상품인 15-510호는 유로스탁스50과 HSCEI를 기초로 발행됐다. 조기 상환 조건이 85 85 85 80 75 70이고 녹인 배리어가 50으로 책정돼 있다. 이 상품의 경우 녹인 배리어 50에 진입하는 순간 만기까지 최초 발행가격의 70%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민은행 ELT에 편입된 ELS의 경우 녹인 배리어가 50이나 55로 다른 은행에 비해 매우 낮으나 최근 HSCEI는 이 수준까지 급락한 상태"라며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녹인 구조 ELS가 노녹인 구조에 비해 손실 가능성이 더 큰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녹인 구조의 ELT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계인 SC은행 정도가 녹인 구조의 ELT를 3분의 1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 판매 이슈에 가장 취약"

국민은행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고객들과의 분쟁 문제다. 불완전 판매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시중은행을 포함한 국민은행의 최대 난제다.

사실 ELT를 판매한 국민은행은 HSCEI가 폭락을 하더라도 현실적인 손해는 없다. 국민은행은 ELT를 통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를 판매하는 창구 역할을 했을 뿐, 운용 리스크는 증권사가 지고 투자 손실은 고객이 떠안게 된다. 국민은행은 판매사 수수료로 1% 정도의 이익만 챙길 뿐이다.

하지만 불완전 판매 이슈는 다르다. 감독당국의 제재와 평판 훼손으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은행도 자산관리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대규모 고객 이탈 사태로 인한 고객 기반 훼손도 있을 수 있다.

국민은행이 불완전 판매 이슈에 가장 취약하다는 건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다른 은행 대비 국민은행 고객군이 워낙 다양한데다 노년층 고객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ELT 판매가 빈번하게 이뤄진 경우에 대한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국민은행 ELT에 투자한 한 개인은 "지점 창구 직원이 정기예금과 비슷하고 금리는 조금 더 주는데 6개월만 지나면 만기라고 설명해서 가입했다"며 "최근 조기 상환이 되지 않았다고 연락이 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은 "부모님이 국민은행에 가서 정기예금과 같은 상품이라며 ELT를 가입해 왔길래 당장 지점에 가서 환매 수수료를 내고 조기 환매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ELS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불거지게 되면 증권사에 비해 은행이, 그리고 그 중에서 고객 기반이 아주 넓은 국민은행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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