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1월 28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사모투자펀드 핵심운용인력 교체 문제로 시끌 시끌한 한화자산운용이 유한책임사원(LP)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출자기관들에게 답변서를 송부했다. 사태의 발단과 갈등의 경과를 포함해 앞으로 잘 수습해보겠다는 일종의 경위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연 LP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우선 한화자산운용은 해당 핵심운용인력이 지난 2년 동안 PEF 담당 임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비전과 철학, 조직문화, 업무수행 방식 등 다양한 면에서 사내 원칙과 규범에 조화롭지 못했다는 점을 해임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알듯 말듯 이해가 잘 안가는 표현들이다. 포트폴리오 관리에 소홀했다거나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등 구체적이고 명백한 근거들이 제시돼야 하는 상황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남녀간 흔한 이혼 사유 가운데 하나인 '성격차이' 쯤으로 해석해 두자.
한화자산운용은 두 번째 해임 배경으로 펀드 성격상 특정 개인의 역량이 운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과연 그럴까. LP들의 출자 결정에는 운용인력의 과거 성과와 전문성 등도 포함된다. LP들 입장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이 독단적으로 운용인력을 바꾸는 것은 자신들의 선택을 무시한 처사라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화자산운용은 또 해당 펀드의 포트폴리오인 밥캣이 한화그룹과 두산그룹간 오랜 신뢰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밥캣의 기업가치와 두 그룹간 신뢰는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신뢰가 두터우니 관리가 잘되고 그러면 자연스레 투자 자산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믿는 것은 너무나 일방적이고 단편적인 논리다. 혹여 밥캣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투자 손실을 입게 될 경우에도 그룹간 신뢰를 거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한화자산운용은 LP이자 공동 무한책임사원(GP)인 산업은행이 두산그룹의 주채권은행인 만큼 오랜 기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의 뜻은 "우리랑 한 배를 탄 산업은행이 두산그룹의 숨통을 꽉 쥐고 있는데, 설마 잘못되기야 하겠어?"로 해석할 수 있다. 두산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크레딧을 이용하면 손해보지 않으니 안심하라는 뜻이다. 아무리 밥캣 투자가 적정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채권형 투자라 할지라도, 산업은행을 내세워 확실히 믿는 구석이 있다 하더라도, 운용인력 교체의 명분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종합해보면 이번 사태에 대한 한화자산운용의 해명은 궁색하고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막연하고 허술하기 짝이없는 답변서가 강신우 대표이사의 직인까지 찍혀 돌아다니는걸 이해하기 힘들다.
한화자산운용이 PE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LP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한화자산운용은 핵심운용인력 교체라는 중대 이벤트를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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