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입채무 활용 현금흐름 개선 '갑질' 논란 지난 수년간 부의(-) 운전자본 지속…추가 차입 우려, 신용도 훼손 불가피
김시목 기자공개 2016-02-04 06:30:00
이 기사는 2016년 02월 02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 이마트가 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매입채무를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운전자본 규모를 조정하던 관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부적으로 개선된 영업현금흐름을 제시하기 위한 이마트 자금운용의 기본 전략으로 통한다. 필요에 따라선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STB) 등의 수시 발행과 상환을 병행해 운전자본 부담을 최소화하기도 했다.업계에서는 사업부진이 현실화할 경우 차입금에 기댄 자금운용이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뜩이나 급증하고 있는 차입금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재무 레버리지 지표 하락에 따른 신용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까지 나오고 있다.
◇ 매입채무로 운전자본 부담 조정 '부의(-) 상태 지속'
이마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운전자본 규모(매출채권+재고자산-매입채무)는 마이너스(-) 112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수 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부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마트는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보다 매입채무를 많이 남겨두면서 양호한 영업현금흐름을 유지했다.
통상 매출채권, 재고자산, 매입채무로 결정되는 운전자본 부담은 영업현금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매출채권이 쌓이면 현금흐름이 꼬이고, 반대로 일종의 외상거래인 매입채무가 늘면 자금유출이 줄어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시장 관계자는 "국내 최대 유통업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마트는 최소한의 현금보유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근간은 매입채무 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라며 "달리 말하면 거래처에 납품할 금액을 조정하면서 영업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마트는 매입채무 조절을 통해 현금성자산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있다. 매출채권, 재고자산이 쌓일 경우 매입채무를 늘리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되는 것을 막았다. 유통업체들의 거래처 '갑질' 논란으로 이 같은 추세가 줄긴 했지만 과거 대비 나아졌을 뿐이다.
이마트는 3000억~4000억 원 수준의 영업현금흐름을 보이다가 결산 무렵인 연말로 가면 6000억~8000억 수준으로 불어난다. 연초가 되면 다시 3000~4000억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2012년 이후 같은 양상이다. 현금성자산은 대부분의 분기가 700억 원 미만에 불과하다.
◇ 자금 미스매칭 시 추가 차입 불가피…신용도 하방압력
운전자본 부담 조절로 인위적인 현금흐름 관리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마트의 외부 차입은 늘어만 갔다. 이마트 장단기 차입금은 3분기 말 기준 4조 1756억 원에 달한다. 점포확장 등 투자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그리고 매입채무를 통해 현금흐름을 관리하는게 유통업체, 특히 이마트의 기본 자금운용 방식"이라며 "하지만 늘어나는 자금 수요에 대처하기는 역부족이었고 점포 확장 등 대규모 투자로 인해 차입금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단기적인 현금 과부족을 기업어음이나 전자단기사채를 찍어 대응해 왔다. 이마트는 2013년 발행했던 3년 만기 CP를 제외하면 매년 1500억~2000억 원의 CP 잔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만기가 일주일 이내인 CP를 자주 발행해 현금 과부족에 대응했다.
문제는 시장에서 우려하는 이마트의 사업부진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13조 6399억 원, 영업이익이 5038억 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영업이익 5830억 원) 대비 약 792억 원(13.6%) 감소한 것이다. 판관비나 감가상각비 등의 부담이 늘었던 탓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이마트의 레버리지 수준이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Trigger)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운전자본 부담이 확대될 경우 차입금은 더욱 증가, 투자 확대와 맞물린 이마트의 재무 레버리지 비율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마트의 EBITDA 대비 차입금 배수(총차입금/EBITDA)는 2013년 3.1배에서 2014년에 3.9배로 늘었고, 2015년에는 4.2~4.5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한계도 이마트의 신용도를 제약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히면서 하방압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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